앵커: 우연한 기회에 한국 물품을 습득해 소지하고 있던 북한주민들이 적과 내통했다는 반역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직면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된 후 한국 물품과 녹화물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크게 강화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포특별시(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4일 “요즘 남조선 물품을 소지하거나 사용하는데 대한 단속이 매우 심하다”며 “남포시 항구구역에서 한 주민이 우연히 얻은 남조선 돈(지폐)을 보관하고 있다가 발각돼 보위부에 잡혀가 구류되어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항구구역 담당 보위지도원이 나와 인민반 회의를 직접 주관하면서 ‘당과 사법기관에서 남조선 물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지 말 데 대한 교양과 통제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우리 지역에서 괴뢰의 돈을 보관하고 있던 자가 발견됐다’며 앞으로 남조선 물품을 절대로 구입하지도, 사용하지도 말라고 다시금 엄포를 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부에 구속된 여성은 외국산 중고 옷을 받아 장마당에서 낱개로 파는 옷장사꾼으로 2년 전에 뭉태기로 받은 중고 옷에서 1만원짜리 남조선 돈 2장을 발견한 것으로 안다”며 “호기심에서 남조선 돈을 그냥 가지고 있다가 같이 장사하는 여성에게 보여줬는데 그가 밀고하면서 가택수색과 함께 보위부에 끌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보위부에서는 그 여성에게 물품(옷)을 넘긴 도매상과 그 앞 선까지 조사하며 돈의 출처를 캐고 있다”며 “두 달이 되도록 보위부에 구류된 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 여성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동네 사람들은 마음씨도 곱고 이웃과의 관계도 좋았던 그 여성을 동정하면서 밀고자에 대해 ‘요즘 세월에 동서남북도 가려볼 줄 모르는 여자’라고 욕하고 있다”며 “문제는 보위부가 그 여성의 문제를 어떻게 결론짓는가 하는 것인데 혹시 억울하게도 반역죄 죄명과 처벌을 받더라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청진시 수남구역에서도 지역을 담당한 보위지도원이 인민반 회의에 나와 적과 내통하거나 괴뢰들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용서받지 못한다고 거듭 협박했다”면서 “알고 보니 내가 아는 지인의 아들이 남조선산 손전화기를 가지고 있다가 발각돼 보위부에 잡혀갔는데 그 일로 보위지도원이 인민반회의에 나와 주민들에게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인의 아들이 몇 달 전 집 근처 오물장에서 우연히 주운 남조선산 삼성 손전화기를 가지고 있다가 문제가 되었다”면서 “우리나라나 중국산 손전화기와는 수준이 다른 남조선산 삼성 손전화기의 작동방식을 개조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서는 남조선산 전화기의 인기가 높고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인은 인민반과 기업소 요해 조사에서 아들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와 인츰(바로)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며 “보위부에서는 자본주의 황색 바람을 숙청하기 위한 대대적인 선전사업이 있었음에도 그가 손전화기를 자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전부터 남조선과 연락해왔던 것으로 보고 계속 닦달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전국적으로 이와 비슷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주민이 얼마나 많겠는가”라면서 “지난 시기에도 보위부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은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은 뇌물을 받고 다 봐주면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에게는 죄를 마구 들씌워 검거실적이나 단속성과를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