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지방당국들이 73주년 정권수립기념일(9/9)을 맞으면서 관할지역 공장 기업소들에 올해 3분기 ‘8.3 인민소비품 과제’를 조기 수행할 것을 강요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경성군의 한 간부 소식통은 10일 “군 당으로부터 각 공장 기업소들은 4/3분기 ‘8.3 인민소비품’ 생산 과제를 9월 9일 전으로 무조건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져 각 기업소들이 서둘러 과제를 수행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국가에서 자원의 재활용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얼마 전에 있은 제8기 3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부족한 인민소비품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논의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8.3 인민소비품(8.3 제품)은 공장에서 기본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자투리와 부산물, 폐품 등을 재활용하여 생산하는 생활필수품을 말한다”면서 “8.3 인민소비품은 1984년 8월 3일 김정일이 전국경공업제품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생산 부산물과 폐품을 이용해 생필품을 많이 만들 데 대해 지시하면서 생겨난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후 전국적으로 ‘8.3 인민소비품창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매 공장 기업소들에 부산물과 폐품으로 간단한 생필품을 생산하는 생필품직장이나 일용품작업반이 따로 생겨났고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가두여성들과 노인들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자체로 가내 작업반을 조직하고 수공업 형태로 생필품과 식료품을 만들게 되었다”면서 “8.3 인민소비품은 국가계획에는 포함되지 않는 생산품으로 지난 날에는 부족한 소비품 공급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초기에는 8.3 제품이 각 시, 군 국가 직매점에서 잘 팔렸으나 ‘고난의 행군’시기에 생산이 줄어드는 한편 중국제 소비품이 대대적으로 유입되면서 주민들이 수공업으로 만든 8.3 제품은 품질이 너무 떨어져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면서 “그렇다고 김정일이 발기한 8.3 인민소비품창조운동을 없앨 수는 없어 별도로 각 기관 기업소들에 분기별로 일정한 량의 8.3 제품생산 과제를 하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공장 기업소들은 국가계획에 없는 8.3 인민소비품 생산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원자재나 재활용 물자를 구해오는 근로자에게는 댓가로 8.3 시간을 제공했다”면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나 개인 용무를 보는 대신 매월 얼마간의 돈이나 자재, 물자를 기업소에 바치는 제도가 바로 현재 전국 어느 기관 기업소에나 존재하는 ‘8.3 노동자’의 기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올해 4/3분기 8.3 제품 생산 계획은 분기 말인 9월 30일까지 수행하면 되는데 갑자기 군당 간부회의에서 9월 9일 전까지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고 강박했다”면서 “이는 얼마 전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소비품 문제가 논의된 만큼 향후 있을 당 결정 집행 총화에서 인민소비품 생산과 인민생활에 무관심했다는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한 간부들의 관료주의적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삭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내가 다니는 공장도 군 당 지시로 이번 분기 8.3 인민소비품 과제를 9월 9일 전에 급하게 끝냈다”면서 “1년 넘게 코로나 비상 방역 강화조치로 모든 것이 통제되면서 공장에 여유자금이 없어 개인 장사꾼이 가지고 있는 목재를 외상으로 들여다 TV 받침대와 장식장을 만들어 8.3과제를 수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8.3 인민소비품 생산은 김정일이 발기한 것으로 당에서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야”라면서 “그러므로 각 기업소 책임일꾼들은 본래의 생산품 과제는 비록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도 8.3 인민소비품 생산과제만은 어떻게 하나 수행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 코로나 국경봉쇄와 각종 통제 강화로 식량은 물론이고 소소한 생활필수품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그래서 이번 8기 3차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소비품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논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눈이 높아져서 손으로 대충 만든 8.3 제품을 잘 구입하지 않으며 8.3 제품은 정품이 아닌 가짜나, 질이 낮은 저질 제품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공장을 세워서 질 좋고 쓸모 있는 생필품을 생산해 공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들이 관심도 두지 않는 질 낮은 8.3 제품이나 계속 만들어 바치라고 내리 먹이는 당국의 처사가 한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