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간부들 "김여정 가벼운 언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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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남북관계 중요 시점마다 담화를 내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김 부부장이 ‘너무 가볍게 행동하지 않나’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19일 “대외관계에서 중요한 계기 때마다 얼굴을 나타내며 독설을 내뱉는 김여정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지난주 김여정이 남조선 대통령 문재인의 이름을 꼭 찍어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김여정은 중앙당 선전선동부 부장 밑에 있는 여러 부부장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북남, 북미 등 대외관계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만 “김여정이 부부장 직책 외에 다른 직함을 더 가지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김여정은 가끔 대외관계 특히 북남관계에서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김정은의 입장과 견해를 밝히는 계산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김정은의 동생임을 특별히 강조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부장이 오빠, 동생 관계를 떠나 자신이 직접 김정은 총비서를 충성으로 극진히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겁니다.

그는 “이는 간부들과 인민들이 김정은을 나이가 어리고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지도자로 우습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소식통은 다만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의 위신이 당연히 김정은 다음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자기를 드러내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아직 나이가 어려 그런지 나서야 할 자리를 잘 가리지 못하고 겸손함도 부족한 것 같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간부들도 서로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김여정이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밀며 가볍게 행동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서 “앞에 나타나지 않고도 뒤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도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직책을 넘어 북남관계와 같은 대외부문과 국내의 중요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의 지시와 묵인이 없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아버지 김정일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김경희가 오랫동안 충심으로 자신을 진심으로 도왔지만 2010년에야 60살이 넘은 동생에게 정치국 위원 자리를 줬는데 김정은은 아무런 성과도 경험도 없는 20대 후반의 김여정을 중앙당 부부장,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초고속으로 승진시켰다”면서 “이는 아버지인 김정일이 보인 행보와도 너무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릴 때부터 같이 뛰어놀며 자랐거나, 오랫동안 함께 고생하며 우정을 키운 고향 친구나 군대 동기, 대학 동창이 전혀 없는 김정은이 믿을 사람은 가족인 동생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가족주의’를 금물로 여기는 당의 사상과 원칙에도 심히 어긋나는 그릇된 처사로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김경희는 전 기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면서 김정일을 보좌했는데 김여정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무리 높은 직책을 가지고 중요한 일을 한다 해도 지금처럼 여기저기 얼굴을 나타내며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일반대중이 보기에도 썩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동생이 너무 나대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느꼈는지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내려 앉혔지만 그래도 김여정의 힘은 여전하다”며 “김여정의 직책이 낮아졌어도 김여정에게 감히 뭐라고 할 사람은 이 나라에 김정은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높은 간부들은 항상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며 얼음장을 건너는 심정으로 가슴을 조이고 있겠는데 거기에 늘 주변을 맴도는 김여정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제발 김여정이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자기를 나타내기 좋아하는 교양이 부족하고 경박한 여성처럼 처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