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업소들도 뇌물로 ‘사회적 과제’ 해결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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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뇌물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개인뿐 아니라 기업소들도 노력 동원이나 사회적 과제를 적게 받기 위해 해당 기관에 뇌물을 바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은 1일 “군내 기관, 기업소들이 가을 농촌지원에 보내야 할 동원 인원수를 적게 받기 위해 저마다 몰래 사업(로비)을 하고 있다”며 “위에서 할당 받은 동원 인원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가을철국토관리총동원 기간이라 매일 종업원들이 먼 곳을 오가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가을철 농촌지원에 인원을 동원시키라는 지시가 또 하달됐다”며 “말단 기업소 일꾼(간부)들은 동원 인원수를 채우느라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생계가 어려운 일부 종업원들은 ‘아예 날 죽여라’는 식으로 출근하지 않고 버티기 때문에 얼마 안되는 종업원들로 국토관리동원 과제를 겨우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기업소 일꾼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생산계획수행이 아니라 쩍하면 하달되는 각종 사회적 과제와 외부 동원에 보낼 인력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전체 종업원이 100명 조금 넘는 우리 기업소가 25명의 인원을 가을걷이에 동원시켜야 한다”면서 “국토관리총동원 말고도 수행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한둘이 아닌데 농촌동원에까지 정해진 인원을 다 보내면 기업소에 출근할 사람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다행히 기업소 지배인이 개인적으로 잘 통하는 군당위원회 조직부의 한 간부와 사업을 해 조직부가 요구하는 시장가격 30만 원 상당의 휘발유 30ℓ를 해결해주기로 하고 동원 인원을 10명으로 줄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종의 뇌물을 바치고 문제를 해결한 것인데 그렇게라도 인원을 줄이는 것이 기업소 입장에서는 더 이익”이라며 “농촌 현지에서 숙식하며 일할 15명에게 들어갈 비용도 적지 않지만 동원 인원을 최대로 줄여야 기업소가 정상적으로 해야 할 사업과 수시로 제기되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사회적 동원에 보내는 인원을 정하거나 지원물자를 징수하는 것은 본래 인민위원회가 할 일인데 요즘엔 지역별 당위원회가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다”며 “아래(단위)에서 인민위원회가 내리는 지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워낙 집을 떠나면 고생인데 이 어려운 시국에 농촌동원 같은 사회 동원에 순순히 나가겠다는 사람이 어데 있겠냐”면서 “기업소 책임일꾼들은 매일매일 농촌동원 인원 보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느 공장이나 출근율이 낮다 보니 위에서 지정한 사회적 동원 인원을 다 보내면 공장은 어떻게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러니 어느 공장, 기업소나 사회적 과제나 동원 인원을 적게 받기 위해 능력껏 해당 당위원회 조직부와 사업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심지어 협동농장 분조장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면서 “올해 봄 농촌지원 때 우리 공장에 할당된 인원을 채울 수 없어 동원 인원과 작업 실적이 적힌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대신 농장 분조장에게 술과 단고기국(보신탕)을 대접하고 동원 인원을 부풀린 확인서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에서 내린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당의 방침에 대한 관점이 바로 서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무슨 처벌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뭐나 다 당이 틀어쥐고 하는데 아무런 고려도 없이 무조건 내리먹이는 식”이라며 “당이 공장, 기업소 책임간부들의 목(인사권)을 꽉 쥐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주고서라도 사회적 동원이나 과제를 적게 받으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곳곳에 붙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