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북한 노인들 속에서 체제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식이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노년층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단속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17일 “요즘 노인들이 끼리끼리 모여 한담을 나누거나 장기판을 벌이는 것까지 단속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모여서 사회주의제도와 당의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데 대한 상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에 따라 각 지역 사법기관들이 노인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장소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공공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이는 것을 금지한 국가비상방역법을 구실로 애당초 노인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 자체를 단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전국 어디에도 노인들을 위한 문화후생(복지)시설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일부 노인들이 공원이나 공지에 자발적으로 모여 한담을 하거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직장에 출근하듯 매일 모임 장소에 나가는 노인들이 있을 정도로 노인들에게는 소중한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 곳에는 노동자로 은퇴한 노인들도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간부로 일하다 은퇴한 노인들도 많다”며 “다양한 직급에 있었던 노인들이 주고받는 한담에는 젊었을 때 겪었던 일로부터 현 시국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노인들에게는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앉아 소통하고 한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생 마지막 락이 되는 셈인데 이것마저 못 하게 하면 노인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걱정된다”면서 “한 생을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했어도 생활 보장이 전혀 안 되는데 위에서는 노인들의 어려운 생활 처지에 관심이 전혀 없다보니 노인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역 보안원들이 공원 등에 모여 있는 노인들을 해산시키면서 여럿이 함께 머물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벌금을 물리거나 별다른 처벌을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 소식통도 “며칠 전 간부회의에서 노인들이 모여 어려운 생활고에 대한 불만과 함께 반당적 발언을 하는 현상에 대해 대책을 세울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회의에서는 일부 노당원들이 생활상 어려움이 좀 있다고 사회주의 제도와 당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과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당원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는 점이 강조되었다”며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간부들이 가정혁명화에 관심을 돌려 부모들이 그런 행위에 말려들지 않도록 할 데 대한 문제도 논의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에서는 역전 앞 공원이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라며 “이전에 중간급 간부였던 우리 아버지도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역전 앞 공원에 나가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전달된 내용을 알려드리고 공원에 가지 않도록 부탁을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담 중에는 경제와 인민생활에 대한 내용, 심지어 나라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체제와 수령 일가에 대한 비난도 있는 것 같다”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인들은 잡혀 가는데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방 당, 정권 기관을 비롯한 여러 위치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노인들은 뭐가 잘못되었고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이 왜 체제와 당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지에 대해 당국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