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라선 투자 중 기업인들 뇌물성 명절선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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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투자자들이 지난 양력 설에 북한 대방들에 푸짐한 뇌물성 선물 보따리를 안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인들은 명절 때 반드시 북한측 대방에 선물을 보내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옌지의 한 조선족 사업가는 9일 “북조선의 라선경제특구에 봉제공장을 갖고 있는데 유엔 대북제재로 지난 2년 동안 가동을 못하고 있는데도 지난 양력 설에 북조선측 대방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 주었다”면서 “자금난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양력 설에 선물을 하지 못한 기업인들은 음력설에는 반드시 선물을 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북조선 측 대방에 명절 선물을 보내는 것은 선물이라기 보다는 뇌물”이라면서 “투자한 공장이 가동하지 못하는 동안 시설물과 기계 관리를 잘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에서 선물이라면 술 몇 병과 약간의 고기, 과일이면 훌륭한 선물이 되겠지만 중국 기업인이 보내는 선물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면서 “술과 고기, 과일 등을 트럭에 가득 실어 보내야 관련기관의 간부들에게도 나누어 주면서 생색을 내고 공장시설물 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2년 넘게 유엔의 대북제재 때문에 공장가동을 못하고 있지만 명절에 뇌물을 바쳐서라도 유지 보수를 해야만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북조선 당국이 무슨 꼬투리를 잡아 공장 설비를 모두 뜯어내고 철수하라고 할지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옌지(延吉)의 한 무역관련소식통은 “중국인들이 라선특구에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가 수산물 관련 업종인데 냉동창고를 비롯해 수산물 가공 공장과 어패류 양식을 위한 시설물도 많다”면서 “이들 시설물을 가동하지 못하는 동안 시설물 유지보수를 위해 매월 봉급을 지급하며 관리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는 중국 기업인들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라선에 투자한 중국 기업인들이 가동을 못하는 시설물 관리에 이처럼 정성을들이는 것은 머지않아 대북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최소 몇 십만 위안에서 많게는 몇 천만 위안에 이를 정도로 투자금액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 투자자들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북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북조선에 대한 유엔제재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가슴을 졸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 된다면 라선경제특구 투자기업들도 개성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의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