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중 국경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비법적인 외환거래, 속칭 환치기의 수수료가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 사람들이 양국의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송금 브로커를 통해 서로 상대방 국가의 돈을 주고받는 금융거래 방식을 속칭 환치기라고 하는데요. 북-중 국경 도시들에서 이루어지는 환치기 송금 수수료가 크게 올랐다는 소식입니다.
북한과 오랜 기간 임가공업 사업을 해왔다는 중국 단둥의 한 소식통은 지난 10일 “조선과의 국경 봉쇄가 길어지면서 북조선 대방들과 대금을 결제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인적 왕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북조선 대방과 돈을 주고받으려면 환치기 방법밖에 없는데 최근 환치기 수수료가 국경봉쇄조치 이전에 비해 너무도 많이 뛰어 올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국경봉쇄 이전에는 환치기 수수료가 보내는 쪽과 받는 쪽에서 각각 송금액의 0.5%만 부담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환치기 브로커들이 그 10배에 달하게 오른 5% 정도를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의 환치기 브로커가 조선 측에서 돈을 대신 전달해줄 환치기 브로커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면서 “국경봉쇄 이후 조선측 환치기 브로커나 환전상들이 국내에서의 강력한 단속과 무역거래 급감으로 몸을 사리거나 보유하고 있는 외화(달러, 위안화)가 말라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국경봉쇄 이전에 활발하게 외환거래를 하던 북조선 환치기 브로커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는 환치기 대방들에게 외화를 대주고 이자를 챙기던 돈주들도 무역(밀무역 포함)이 중단되면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옌지에서 남한정착 탈북자들의 부탁으로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송금 브로커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조선족 소식통은 “환치기 방식으로 북조선의 탈북자 가족에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환치기 수수료가 크게 올라 지장이 많다”면서 “남한에 있는 송금 의뢰인에게 이런 얘길 하면 송금 수수료를 올려 받으려는 수작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입장이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중간 이루어지는 환치기는 주로 중국 인민폐로 거래되지만 드물게 중국 측에서는 인민폐로 북조선의 환치기 브로커에 전달하고 북조선 내 수령인은 달러화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럴 경우, 당연히 북조선측 수령자는 위안화와 달러의 환율차이에 의한 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중 국경 지역에서 환치기 수법으로 돈을 주고 받는 경우는 공식적인 국가기관 무역에서는 보기 드물고 중국에 나와 장사를 하는 북한 화교 보따리 상인들과 소규모 무역거래, 그리고 탈북자들이 북한내 가족들에 송금할 때에 자주 이용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