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일 집권 때부터 일제 자동차 폐기사업을 추진해오던 북한 당국이 여전히 일제 중고차와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밀수를 통해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일본 자동차는 일제가 아니라며 거리낌 없이 수입한다고 중국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1년 4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투쟁을 강조하고 반일 감정을 앞세우기 위해 일제 자동차를 없애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중국 단둥의 한 밀무역 관계자는 "일제 자동차 폐기사업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계속추진되어 북조선에서 그렇게 흔히 보이던 일제 자동차들이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면서 "김정은의 일제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이 유별나서 겨울에 교통사고가 날 때 마다 '운전석이 오른 쪽에 있는 일제 자동차 때문'이라며 일제 자동차 폐기를 독려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언제 그런 사업을 추진했냐는 듯 요즘 일제 중고차와 건설장비들이 밀무역을 통해 북조선에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북조선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일제 중고차는 도요다 찌푸차(R/V 차량)와 12인승 멘보차(승합차)"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밀수로 들어가는 일제차들은 도색을 새로 해서 얼핏 새 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4만 위안에 살 수 있는 10년 넘은 고물차들"이라면서 "포크레인을 비롯한 중고 건설 장비도 많이 들어가는데 모두 일본의 유명회사인 히다찌(日立), 가와사키(川㟢)에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단둥의 또 다른 밀무역 관련 조선족 소식통은 "북조선 관료들에게 일제차를 강제로 폐기하는 사업을 벌리(이)다가 요즘 다시 일제차를 들여가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면서 "그런데 지금 들여가는 중고차들은 중국에서 생산한 중국산 자동차이지 일제 차가 아니라는 터무니 없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이 들여가는 건설장비는 일제임이 분명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건설장비는 일제는 물론이고 남조선 제품도 조국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분명한 일제 중고차를 중국에서 약간 정비하고 도색을 다시 했다고 해서 중국 차라고 우기는 북조선 관료를 보면서 엄혹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조선이 겪는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제 중고 자동차와 건설장비들은 중국의 전문 밀수 대행 조직에 의해 북조선에 반입되고 있다"면서 "밀수 비용은 자동차의 경우 대당 1만 5천 위안, 중장비의 경우는 대당 2만 위안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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