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 무역주재원 귀국하면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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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해외 무역주재원들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 소속 회사에서 설 자리를 잃고 찬밥신세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별한 배경이 있거나 고위층에 뇌물을 고이지 않는 한 원 소속회사를 떠나 한직에 있다가 연로보장(정년퇴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파견 되었던 북한의 외화벌이 무역주재원들은 임기를 마치거나 중도 소환을 당해 귀국을 했을 경우, 원래의 소속회사로 다시 복귀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무역주재원들과 가까운 중국의 한 무역업자는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하면서 "무역주재원들이 해외에 파견 되자마자 그 사람이 원래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재빨리 채워지기 때문에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하더라도 자기가 소속했던 회사에 복귀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기가 있던 회사의 같은 자리에 꼭 복귀하고 싶으면 당과 소속회사 총 사장 등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뇌물을 고이고 사업(로비)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 굳이 그렇게 까지 해서 원 소속회사에 복귀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사업을 해야 하는 대상자가 한 두 사람이 아니고 고여야 할 뇌물 액수도 최소 1만 달러는 들어가는데다 그렇게 해서 원 소속회사에 남는다고 해도 중요한 직책을 맡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또 다른 무역 관련 소식통은 "중국에 나와있는 북조선 무역주재원들은 자기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별로 없다"면서 "그런데도 소속회사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은 임기(보통 3년)를 채 마치기도 전에 소환 당하지 않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주재원들이 원래 소속 회사에 복귀하기를 굳이 원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해외에서 호의호식하다 돌아온 사람들'이라는 동료들의 질시와 눈치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주재원들이 해외에서 호의호식하기는커녕 주어진 과제 수행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실상도 모르고 회사 내에서는 눈치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귀국한 무역주재원들은 대부분 당에서 배정해주는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연로보장(60세)을 맞으면서 조직생활을 마감하게 된다"면서 "무역주재원들이 귀국 후에 이처럼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기 때문에 귀국하기 전에 어떻게 하나 자신의 노후생활을 대비해 악착같이 현금을 챙기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무역주재원들이 자기 몫을 챙기기는커녕 본국으로부터 할당 받은 과제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면서 "요즘은 북조선에서도 해외 무역주재원 파견 경쟁률이 전처럼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