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판매 금지, 김일성은 허용”

2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기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2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기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RFA PHOTO/한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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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법원의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기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을 판매 금지한 법원이 김일성 회고록은 허용한다며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지난 14일 6.25 납북자 가족들이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8권의 판매 및 배포를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서적이 주로 해방 이전의 독립운동 기간 동안의 김일성 행적에 관해 다룰 뿐 6.25 전쟁에서 이뤄진 납북에 관한 서술을 찾아볼 수 없어 납북자들의 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서적의 내용이 유일사상에 기초한 전체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해 이와 다른 내용의 정신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18일 대법원 판단을 구하겠다며 재항고했고 2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판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 인물에 대한 찬양은 납치범죄 이전 시기의 행적을 다룬다고 해서 따로 분리되지 않는다”며 재판부 입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최유경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사무총장:납치범죄가 현재도 진행 중인 계속범이며 한 인물에 대한 찬양은 납치범죄 이전 시기의 행적을 다룬다고 해서 따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납북피해자 가족 홍릉자 씨는 “10만 명에 달하는 납북피해자와 가족의 명예와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홍 씨는 또 “가족이 강제 납북된 괴로움이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사죄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납북피해자 가족 홍릉자 씨 :사죄나 해결을 못한 상태에서 김일성 범죄인 회고록을 판매한다니 10만 명에 달하는 납북 범죄 피해자와 그 자녀ㆍ후손의 명예와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도태우 변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판매 금지가 되고 김일성 회고록은 허용되는 기막힌 현실을 낳았다”며 “법원이 이렇게 모순된 행태를 보이면서 어떻게 형평성 있는 법을 적용한다고 말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017년 광주지법 재판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5.18 관련 집단이나 참가자들 전체를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법률 대리인 도태우 변호사 :어떻게 전두환 회고록은 금지한 법원이 김일성 회고록은 허용하는 그러한 모순된 행태를 보이면서 형평성 있는 법을 적용한다고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 이상으로 수많은 납북 피해에 의해서 70년간 피눈물을 흘려온 아픔을 외면하고 전두환 회고록은 금지, 김일성 회고록은 허용 이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도 변호사는 이어 “한 질에 28만 원이나 하는 김일성 회고록을 수백 질씩 사도 책을 판매한 돈으로 세탁될 것”이라며 “김일성 회고록 일반 판매는 종북 세력의 자금 마련과 북한 송금 통로로 악용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펴냈으며 국내판은 8권 양장본으로 가격은 28만 원, 미화 약 240달러입니다.

한편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에도 한국 내 민간단체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등이 제기한 김일성 회고록 판매ㆍ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측은 고등법원에 항고했고 지난 6일 기각됨에 따라 대법원에 재항고를 신청했습니다.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재판부 판결에 대해 연이어 재항고한 상황에서 다음주에는 탈북민 단체들이 3번째 김일성 회고록 판매ㆍ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