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프간 사태 비판…안으로는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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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민 동요를 우려해 아프간 사태를 전혀 알리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상근 한반도전략연구실장, 김종원 한반도전략연구실 평화공존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어제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아프간 사태를 감추려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한 북한 반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아프간 사태를 바라보는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먼저 북한이 미국과 갈등관계인 국가들과 연대하며 대미 비난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전통적인 우호 관계인 중국과 러시아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글들을 다수 게재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 편들기가 두드러져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아프간 사태를 미중 전략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중국 입장에 동조한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아프간 사태를 통해 미국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쇠퇴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며 미국 패권의 몰락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아프간 사태를 미국적 가치를 부정하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아프간에 이식하고자 노력했던 민주주의는 허구였고 인권을 내세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오히려 인권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장 :맞지도 않는 민주주의를 강요해서 혼란만 일으키고 결국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또 인권을 이유로 개입을 했는데 실제로는 아프간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친 것을 보면 인권이 개선된 것도 없지 않느냐. 도망치듯이 빠져나왔으니까 일종의 미국 쇠퇴의 징후가 아니냐. 그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세력과 동일시되는 것은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탈레반 세력과 유사한 이미지로 비추어져 비정상국가 이미지가 강화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탈레반 정권은 아프간 장악 후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공개처형을 단행하는 등 공포정치를 부활시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아프간 사태를 놓고 중국을 비롯한 반미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을 향해 비판을 가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아프간 사태를 전혀 알리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들은 이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아프간 사태의 실상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아프간 사태에 대해 알리지 않는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몰락한 가니 정권을 김정은 정권과 동일시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부패한 정권이 탈레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당ㆍ정ㆍ군 부패가 만연한 북한으로서는 공공연하게 거론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장 :대내적으로는 아프간 사태를 전혀 알리지 않고 있죠. 왜냐하면 일단 아프간이 내부의 무장 조직에 의해서 집권 세력이 쫓겨난 경우니까요. 북한에서도 그런 소식이 알려짐으로써 주민의 동요라든가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는거죠.

이들은 북한 지도부가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국가의 군대가 얼마나 허약한지,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권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절감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반부패 캠페인과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