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정일생일기념 소년단입단식 비판

사진은 지난해 6월 북한 조선소년단 창립 73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평양 만수대언덕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6월 북한 조선소년단 창립 73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평양 만수대언덕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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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평안남도에서 오는 2월16일 김정일생일 기념행사로 소년단입단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신종코로나비루스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어린 학생들을 김정은에 충성하는 전위 조직에 동원하느라 감염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어제부터 평안남도 평성시 광장에는 8살밖에 안된 소학교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대열행진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광명성절(2.16)을 기념하는 소년단입단식을 정치행사로 준비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소년단입단식은 2월 16일 오전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평안남도 당 기관 및 행정, 교육부문 일꾼들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면서 “이날 평안남도 각 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산하 정치조직인 소년단조직에 입단하는 행사를 치루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날 소년단원들은 ‘김일성대원수님께서 창건하시고 김정일대원수님께서 빛내어 주시는 영광스러운 조선소년단에 입단하면서 김정은원수님을 충성으로 모시는 사회주의건설의 후비대로 자라나겠다’는 입단 선서문에 맹세해야 한다”면서 “소년단을 대표하여 입단선서를 낭독하는 학생은 도 당 간부의 자녀로 알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아직 날씨가 쌀쌀하고 전염병 감염위험이 높은데 당국은 김정일생일을 장식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소년단에 입단하는 학생들이 착용해야 하는 소년단 넥타이마저도 개인부담으로 장만하라고 포치되면서 학부모들이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해마다 진행되는 소년단입단식은 김정일생일(2.16)에 제일 먼저 진행되고 김일성생일(4.15)과 소년단창립절(6.6)로 이어진다”면서 “여덟 살의 어린 학생들은 소년단조직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김정은에 충성하는 세뇌교육을 받게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2월 16일에 제일 먼저 진행되는 소년단입단식에 선발되어야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 받는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이에 학부모들은 2월초부터 학교 당국에 뇌물을 써가며 자녀를 소년단에 입단시키기 위해 힘써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이제 머리가 트인 사람들은 한창 공부할 어린 학생들을 소년단이라는 정치조직에 발을 묶어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린이들 대상으로 수령과 당을 위한 세뇌공작이나 펴고 있는 이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며 소년단 입단행사를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