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주민들 속에서 우리의 민속 풍습인 고사(告祀)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월대보름날(2월19일) 밤 한해의 액운을 막는 고사를 치르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장마당에서 고사용 돼지머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8일 "요즘 장마당 고기 매대에 가보면 돼지대가리(머리)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며칠새 돼지대가리 가격이 두 배나 뛰어올랐다"면서 "정월대보름 날 밝은 달이 떠오르면 주민들은 한해 액운을 물리치는 고사를 치르고 있는데 고사상에는 돼지대가리가 반드시 올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는 특히 돼지해로써 대보름날 반드시 돼지대가리를 신령에게 바쳐야 일 년 내내 돈구지가 따른다는 구설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 속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돼지도살꾼들에게 선돈(금)까지 주면서 미리 돼지대가리를 주문하고 있는데도 수요가 너무 많아 기존 가격의 두 배 이상 뛰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금까지 장마당에서 돼지고기 한 키로 가격은 내화 1만 2천원, 돼지대가리 한 키로 가격은 내화 6천원이었는데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은 그대로인데 돼지대가리 가격만 한 키로에 내화 1만 2천원까지 올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장마당에서 갑자기 돼지대가리가격이 상승하게 되자 국영돼지목장들이 부랴부랴 돼지대가리를 차 판으로 실어와 장마당에서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면서 "그 많은 돼지대가리가 고사용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 주민들이 얼마나 뇌물에 시달렸으면 한해의 액운을 막아달라고 너도 나도 고사라도 지내면서 몸부림을 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장마당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정월대보름날 액풀이 고사를 지내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음력 첫 보름날 주민들은 어김없이 지붕 위에 올라가 훤한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고 있는 데 장사 과정에서 히사리(사법단속)가 끼지 않고 순조롭게 돈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고사가 끝나면 돼지대가리는 고사상음식과 함께 잘 싸서 십자도로(로터리)에 버리는데 고사음식을 귀신이 먹어야 제대로 액운을 막아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정월대보름 자정이 지나면 도로주변에는 주민들이 놓고 간 고사 음식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더욱 가관인 것은 길가에 놓아 둔 고사용 음식을 전문으로 주워 가는 사람들이 십자도로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꽃제비들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인데 대보름날만큼은 고사 풍속 덕분에 돼지대가리로 고기 맛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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