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압박으로 북 공장 간부 기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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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요즘 북한 국영기업 간부들이 공장 관리자 직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당국이 공장 간부들에게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의 실적을 심하게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24일 “요즘 공장 기업소의 책임 간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당국으로부터 공장의 생산 실적을 끌어올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첫해 과제가 매 공장에 생산실적으로 할당되면서 당국은 그동안 월말 집계하던 생산실적을 매일 같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가동을 책임진 간부들의 입장에서는 생산에 필수적인 전기도 공급해주지 않으면서 생산량 달성을 다그치는 당국의 행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남아있는 내부 자원을 모두 동원해 에너지와 원료 및 자재 문제를 해결하며 겨우 가동은 하고 있지만 앞으로 공장가동이 멈추게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러한 실정에서 각 공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생산 과제로 할당 받은 올해 목표 생산량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계획수행 과정에서 문제점과 어려운 상황을 내세우지 말고 간부들의 능력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동원해 무조건 생산 과제를 수행하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에 간부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실현 가능성도 없는 국가경제계획을 세워놓고 무작정 자력갱생 정신으로 공장을 돌리라고 내리 먹이기만 하면 공장이 저절로 돌아가느냐며 반발하고 있다”면서 “계획을 수행하지 못한 공장 간부들이 앞으로 어떻게 처벌받을지 불 보듯 뻔한 사실이어서 일부 간부들은 건강이 안 좋다는 핑계를 들어 스스로 공장 간부직책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나라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공장 기업소들이 가동을 제대로 못 한지 이제는 수십 년 세월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만성적인 경제난을 헤쳐나가자며 자력갱생과 혁명정신을 발휘하라는 선동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들어서만 최고수뇌부가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한다며 대규모 국가적 행사를 수차례 개최하면서 내놓은 방안을 보면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하나도 없다”면서 “전기도 없고 원자재도 없는데 사상 결집 하나만 있으면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며 공장 간부들을 몰아 붙이는데 누가 이런 와중에 경제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간부 자리에 남아 있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나라의 경제를 제대로 살리자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어 해외투자를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은 경제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든 경제일꾼들이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당국은 뭐가 무서운지 경제분야의 개혁개방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반사회주의자로 몰아 처벌하고 있어 공장 간부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