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 그림자] ➂ 마스크도 한국제품이 인기

김책공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김책공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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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코로나사태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지 1년 남짓. 코로나 비상방역체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북한 젊은이들의 데이트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내드리는 기획 취재 [북한의 코로나 그림자]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마스크도 한국제품이 인기>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남녀 데이트 문화 달라져 ... 모바일 결제로 꽃 배달

북한당국은 코로나 전염을 차단한다며 주민들의 집체모임과 지역 간 이동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경제사업이나 다른 사업에서 잘못이 나타나면 비판하고 시정하면 되지만, 방역사업에서 구멍이 뚫리면 시정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반복해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간통금 시간을 정해 이동을 통제하고 있어 평양에서는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3일 “코로나 이전에는 어둠이 시작되어 길거리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주체사상탑이 자리 잡고 있는 대동강 유보도에 쌍쌍이 걸어가는 젊은 남녀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지금 대동강 주변은 코로나방역을 위한 통제로 고요하고 적적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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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종의 ‘평양’ 스마트폰에 위치정보를 실시간 알려주는 앱이 설치되어있어 서로 연락해 특정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RFA 자료사진)

밤에는 물론 대낮에도 평양시 방역당국은 모란봉, 대동강 주변 등 만남이나 야유회 장소로 널리 알려진 명소들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데요. 지난 날 저녁 6시 퇴근한 후 평양 사람들이 모여 맥주한잔 마시며 북적북적하던 생맥주집들마저 요즘은 썰렁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평양에서는 연인들끼리 서로 꽃을 배달하며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다양한 모양과 가격대의 꽃다발을 판매하는 상점과 매대가 평양시 각 구역마다 자리 잡고 있으며, 꽃 상점의 위치와 전화번호, 송금계좌 등이 북한 스마트폰의 길찾기 앱인 ‘길동무’에 상세히 나와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꽃집 책임자에 전화를 걸어 꽃을 주문하고 배달될 주소를 알려주면 한 시간 안팎으로 생화꽃다발이 상대방의 집으로 배달된다”면서 “꽃다발 비용은 최신형 타치폰(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결제프로그람 ‘울림’을 열고 신분증으로 등록된 중앙은행 카드번호를 입력한 다음 꽃집 계좌번호에 지불 단추를 누르면 결제가 완료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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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제작한 ‘평양’ 스마트폰 2426에 기재된 중앙은행 ‘전성’카드 사용 설명서. (RFA 자료)

북한은 2018년부터 평양정보기술국이 개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울림’을 최신형 스마트폰 ‘평양’과 ‘아리랑’에 도입하고 주민들이 적극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평양정보기술국은 북한에서 소프트웨어를 전문 개발하는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지방도시 젊은이들도 만남 대신 손전화로 감정을 나누어 ...

코로나 통제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방도시에서도 젊은이들의 데이트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던 찻집과 커피집이 조용하다고 하는데요. 단둘이 만나도 마스크를 벗고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은 방역당국의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서로를 그리는 남녀 청춘들은 방역당국의 통제를 피해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있는 위치를전송하는 방법으로 공원이나 식당에서 만나기도 하는데요. 만남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단속에 대한 불안으로 헤어지고 나면 각자 스마트폰으로 또다시 통화하며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최근에 나온 타치폰(스마트폰)에는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기능이 잘되어 있으며, 통보문(문자)을 보낼 때도 감정을 드러내는 이모티콘이 많이 나와있어 젊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한다”면서 “이모티콘을 한번 보내는 비용은 통보문(문자)을 한번 보내는 비용과 같아 손전화 요금에 부과된다”고 소식통은 말합니다.

데이트선물 한국 마스크 인기 ...

특히 청춘남녀들이 주고받는 선물로는 방역 마스크가 단연코 일순위라고 하는데요.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방역 마스크는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려는 마음의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평안북도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명절날이나 애인의 생일날 마스크를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소식통은 “지방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를 보면 중국산, 유엔제품, (국내)공장제품, 개인이 만든 8.3제품 등이 있는데, 유엔마스크로 판매되는 방역 마스크 중에 한국산 마스크가 많다”면서 “한국산 마스크는 한 눈에 보아도 모양과 품질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최고의 선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한국산 마스크가 중국을 통해 밀수로 들어오는지, 아니면 국제기구의지원물품으로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장마당에 가보면 하나씩 개별 포장한 한국산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한국산 마스크는 개당 내화 6천원~8천원으로 국산 마스크의 두 세배에 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019년 북한을 떠나 한국에 입국한 20대의 한 탈북 대학생은 “한국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제품을 사용해보면 모양도 이쁘고 품질이 너무 좋아서 비싸더라도 구매하게 된다”면서 “북한에서 한국산 제품이 데이트 선물로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대학생 :"내가 고급중학교 다닐 때 학급에 미남자가방을 들고 다니는 애가 있었어요. 한국제품이었는데 왜 미남자가방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거 엄청 부러웠어요. 몇 달 뒤에 그 가방을 똑 같이 모방한 가방이 시장에 나왔어요.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고 하는데, 그런 법이 열 개 나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