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부녀절에 여성인권 주장하는 북 여성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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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요즘 북한 여성들도 여성인권 의식에 눈을 뜨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와 여맹 등 각종 조직에 의한 동원에 시달리면서도 여성들이 3.8국제부녀절의 의미를 깨닫고 당국의 여성인권유린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8일 “오늘(3.8부녀절)은 가정의 생계를 이어가느라 일 년 내내 고생하는 여성들이 그나마 남성들로부터 밥상을 대접 받는 명절”이라면서 “나도 오늘 아침은 남편이 해주는 밥을 먹고 양말 선물까지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여성들에 있어서 3.8부녀절은 태양절(김일성 생일)보다도 더 의미 있는 명절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고난의 행군 시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여성들에 의해 장마당이 생겨나고 여성들이 가족부양을 책임지면서 자리잡게 되었다”면서 “고생스레 장사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 여성주부들이 이제는 남편의 당비(당에 바치는 기여금: 매달 월급의 2%, 또는 이와 별도로 당 충성자금 명목으로 북한돈 5천원 이상)까지 떠맡게 되면서 여성의 주도권이 점점 세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가부장제 문화였던 남존여비 사상이 무너진데 이어 체제를 떠받드는 핵심당원의 위신마저 가정경제를 책임진 여성들에 밀리게 되자, 당국은 여성들의 사상부터 개조한다며 해마다 여맹조직을 사상교양단체로 지정하고 교양사업과 동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올해도 중앙에서는 3.8부녀절을 맞아 지난 4일 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여맹조직들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대중사업으로 전환시키고 당의 사상보다 돈을 중시하는 여성들과의 투쟁을 고조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코로나때문에 올해는 3.8부녀절을 기념하며 춤추고 노래하던 여성들의 모임은 취소되었지만, 일 년에 한번뿐인 여자 명절을 그냥 보낼 수 있냐”면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한 집에 모여 앉아 험한 세월 살아가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3.8부녀절을 기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만 해도 우리는 3.8부녀절을 단순히 남자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놀면서 춤추는 날 정도로 보내군(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면서 “여성들도 이제는 점차 세상 돌아가는 판세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3.8부녀절에 모여 앉아 3.8절의 역사부터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3.8부녀절의 역사는 원래 미국 여성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차별철폐 등을 외치며 여성인권 투쟁에 나서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3.8부녀절의 의미와 여성인권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여성들은 당국이 가두여성(주부)들을 여성동맹이라는 조직에 옭아매고 사상교양학습과 무보수 노동을 강제하는 것도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행태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여성들에게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살뜰한 주부로서 가정과 사회 앞에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라고 강제하는 당국의 선전도 결국 여성을 사회적 통제하에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려는 반인권 행위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는 20대 북한 여성들도 38국제부녀절과 어머니절(11.16)이면 하루 휴식을 갖고 식당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는 북한당국이 강제로 조직한 집체 행사에 불과하다는 게 현지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명절에 당국이 조직한 집체 행사에서는 반드시 지정된 노래와 춤을 추도록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고 “그러나 조선 여성들도 가까운 사람들끼리 소풍을 가게 되면 혁명가요 틀어놓고 서양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외국 노래를 증폭기로 울리며 남녀가 어울려 디스코 춤으로 여성 명절을 보내고 있다”면서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