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숙청과 처형 배후에 김여정 있어"

0:00 / 0:00

앵커 : 북한 간부들 속에서 김여정 당 부부장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위 간부들의 연이은 숙청과 처형의 배후에 김여정이 있다고 판단한 간부들은 김여정을 '악녀'로 지목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행정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간부 소식통은 13일 “요즘 평양에서 또다시 큰 단위 간부가 총살됐다는 소식이 혜산 간부들 속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총살된 간부가 정확히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처형된 간부도 김여정이 찍어 넘겼다(죽였다)는 사실을 가깝게 지내는 간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12월에도 혜산에서 금괴밀수 사건이 중앙당에 보고되어 10명의 국경경비대 보위부 간부들과 하전사가 총살되고 9명의 주민은 무기징역, 수십 명의 가족들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들에 대한 처벌을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직접 비준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간부들과 주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금은 국영이든 개인이든 자의적으로 거래할 수 없으며 반드시 당 자금 원천, 즉 충성의 외화벌이로 바쳐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는 물론, 해외로 금을 팔다 적발될 경우 최고존엄 비자금에 손을 댄 ‘역적’으로 처형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올해 들어 또 다시 김여정이 조금이라도 제 기분에 거슬리는 간부들은 점찍고 있다가 당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자료를 묶은 후 윗사람(김정은)에 보고해 해당 간부들을 반당반혁명분자로 처형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 김여정에 대한 간부들의 원한이 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금도 양강도에는 김여정의 지시로 국경지역에서 기밀자료와 강연자료 등을 (남한)국정원에 넘기는 반동을 잡는다며 중앙당 검열이 지속되고 여기에 연루된 혐의로 많은 사람들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고 있다”면서 “이에 주민들 속에서도 김여정을 과거 중국 청나라의 ‘서태후’라고 부르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도 같은 날 “평안북도에서 지난 2019년 신의주세관 간부들의 총살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지난 해에는 신의주 시당과 행정, 보위부간부들에 대한 검열 사업을 진행해 수많은 간부들을 처형했다”면서 “이 같은 처형사건들을 김여정이 주도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간부사회에서는 김여정을 ‘악녀’로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김여정에게는 칭찬을 받아도 무섭고 찍히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처형을 각오해야 한다는 공포감으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면서 “김여정에 의해 억울하게 처형된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주민들까지도 김여정이라면 사람잡는 악마로 무서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의 신병설이 불거졌던 2020년 4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당-정-군의 인사권과 검열권을 관할하는 조직지도부를 장악하는 등 정권 2인자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중앙위원으로 강등된데 이어, 직함도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소식통은 “김여정은 올해 들어서도 오빠인 김정은이 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처형, 숙청하는데 발맞춰서 고위 간부들의 숙청과 처형을 주도하고 있어 간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강등된 직위와 상관없이 김여정은 오히려 간부들을 처형하고 숙청하는 것으로 자신이 실세임을 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