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요즘 북한의 화학섬유공장들이 원자재및 자금난으로 대부분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서는 재활용 원료로 여성용 생리대를 생산해 판매하면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16일 “요즘 우리나라 굴지의 화학섬유기지인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갈대를 원료로 종이를 생산하는 화학섬유공장에서 가장 큰 애로는 갈대를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해 펄프를 뽑아내는데 필수적인 염화 암모니움 등 화학약품이 없다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갈대원료는 국내농장에서 생산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갈대를 이용해 화학섬유와 종이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화학약품이 있어야 갈대펄프를 생산해 종이와 섬유의 원료로 쓸 수 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무역중단으로 화학시약이 수입되지 못하면서 펄프직장이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에 공장에서는 종이를 생산하는 직장에 (여성) 생리대 생산반을 새로 꾸리고 소량 생산되는 펄프를 원료로 생리대 겉면을 감싸는 종이를 만들고 종이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파종이와 재활용 자재로 수거한 파섬유를 분쇄해 생리대 안을 채워 넣는 자재로 활용해 생리대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재활용자재로 생산된 생리대는 장마당에서 한 포(10개포장)에 2,5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계획 외 상품이어서 (생리대) 판매자금은 전부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신도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신도군 갈대농장에서는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 갈대를 공급하기 위해 각종 운송수단이 다 동원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갈대운송용 연료도 공급해주지 않아 공장에서 자체로 마련한 운송수단이라는 게 수레와 마차, 허줄한 선박들을 동원하고 있어 이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이 혀를 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힘겹게 운송된 갈대마저도 원료직장으로 옮겨진 후 펄프직장과 방사직장으로 옮겨지지만 필요한 화학약품이 모자라 생산량이 보잘 것 없다”면서 “이 때문에 공장에서는 국가생산과제인 종이생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생리대 생산에 힘을 넣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사태 이후 신의주장마당에는 수입 중국산 생리대가 사라진지 오래고 평양과 지방에 위치한 121호종이공장에서 생산되던 국내산 생리대마저 수요가 급증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대표적인 제지및 화학섬유공장인 평안북도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은 1964년 설립되었으며, 압록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는 비단섬에서 재배되고 있는 갈대를 원료로 화학섬유, 종이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당국은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고자 종이의 원료인 목재펄프 대신 국내에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갈대펄프를 개발했으며 2016년부터 신의주화학섬유공장 개건 현대화공사를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공장 개건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자 김정은이 지난 2018년 7월1일 해당 공장을 시찰하면서 ‘마구간 같은 낡은 공장’이라고 질책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