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로 북한 연료난 심각] ➁ 바닥을 드러낸 군부대 연유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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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지 오늘로 140여일 째를 맞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사태라는 이중고 속에서 북한이 겪는 에너지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사태로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연료부족사태에 대해 세 차례에 나눠 기획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바닥을 드러낸 군부대 연유창고'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군부대 연유창고 텅텅 비어…부대 기동할 연유도 없어

요즘 북한 군 당국이 대남 군사행동을 위협하며 일부 병력을 개성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투입하는 등 정세긴장을 촉발하고 있지만 군부대들의 전시용 연유 창고들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군 관련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군 간부 소식통>: "군부대 연유가 빡 말랐다는 건 아니고 장악된 숫자보다 작은 거에요…아예 없으면 (군 간부들이)목이 떨어져 나가요. 각 사단까지 연유창에는 좀 남아 있지만 연대급부터는 아예 없어요. 기동훈련 들어간다 하면 기름을 전진공급해야 되거든요…근데 비축량이 작습니다…전쟁 시작하면 3일분…일주일분이나 될지…"

익명을 요구한 군 간부 소식통은 22일 “각 군부대는 부대 규모에 따라 식량과 피복, 비상의약품 등 연유를 전시에 필요한 전략물자로 비축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투용 연유는 저장탱크에 봉인을 붙여놓고 지키고 있지만 전시에 쓰일 저장량으로는 부족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같은 날 황해남도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도 “황해남도에는 해주에 주둔한 33보병사단을 비롯해 4군단 산하 군부대들이 있고 부대들마다에 연유창고가 세워져 있다”면서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연유관리국에서 사단과 군단 후방부에 연유를 공급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대대급부터는 연유창고가 텅텅 비어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 소식통>: "지역마다 군부대 연유창은 많은데 단위 부대 연유창들은 텅텅 비어 있어요. 연유창 자체가...준전시 하겠으면 하고 요즘 군대들이 사상 있습니까...부대 기동할 때는 (연유가)없어서 걸어 다녀요..."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서 송유관을 통해 들어오던 원유도 줄었는지 군부대들이 전시용 연유를 비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에 중앙에서는 원유를 가공(정유)하는 봉화화학공장(백마)을 직접 틀어쥐고 생산된 연유를 60%이상 군부대로 돌리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군부대로 공급되는 연유는 수송과정에서 10% 정도의 휘발성에 의한 자연감소를 인정하는 수송규정을 악용해 10% 이상 빼돌려져 장사꾼들에게 팔리고 있다”면서 “백마연유창에서 각 군부대로 나가는 유조차량은 반드시 신안주 청천강다리를 통과해야 되는 데, 다리 근처는 빼돌려진 연유를 도매로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소속 무역회사의 공식 및 비공식 연유 수입과 판매 흐름.
북한 군 소속 무역회사의 공식 및 비공식 연유 수입과 판매 흐름. (RFA 자료)

군부대연유창고에 비축된 연유는 다시 군부대들의 사업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요. 고위 간부들이 내려오면 연유 창고장은 연유를 빼내 암시장에 판매해 뇌물자금을 마련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군부대 창고에 보관된 연유는 언제든지 빠르게 현금으로 전환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군 간부들의 출장 등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빼돌려지며 상수용(훈련용) 연유는 아예 바닥 난지 오랬다”고 강조했습니다.

-군 간부들, 개인 연유 옮겨놓고 전시물자 검열 받아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스탄다(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23일 “돈주들에게는 비어있는 군부대 연유창고를 눅게(싸게) 임대해 개인 연유를 보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군부대 검열에서 오중흡7연대칭호를 판정 받으려면 반드시 전시물자 비축상태가 판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군부대들은 개인(돈주)의 기름(연유)을 연유창고에 채워놓고 검열을 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 소식통>:"일반 장사꾼은 공장 기업소 창고 쓰지만 큰 장사꾼들은 군부대 연유창고 쓴단 말입니다. 군부대는 사회에서(안전부, 검찰) 덮치지 못하니까...전략물자 비축한 거 검열 나올 때 이 사람들도(군간부들) 일 잘한 거로 평가받으니까 우정(일부러) 개인 기름 빌려다 놓죠. 연유창고 비어있으면 목 달아나니까..."

소식통은 “군부대 간부들의 입장에서도 연유창고를 돈주에 빌려주면 임대료 받아서 좋고, 갑자기 위에서 연유검열이 내려와도 목 달아날 위험이 없어서 좋다”면서 “다발(1만달러)로 움직이는 큰 돈주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군부대 창고에 연유를 보관하고 (군인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주민 소식통>: "군부대 연유창에 (연유를) 처넣으면 무장보초까지 서주니까 (연유가)안전하죠...개인돈주들의 승인 없이는 군부대창고 연유는 한 그람도 못나가요...보관기일만큼 임대료만 주면..."

-개인 돈주 유치해 연유 제조하는 군부대 무역회사 증가

심각한 연료부족사태에 직면한 군부대들이 개인 돈주를 유치해 연유를 직접 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 개인 돈주들이 연유를 제조하는데 사용하는 설비의 일부.
북한 개인 돈주들이 연유를 제조하는데 사용하는 설비의 일부. (RFA 자료)

평안남도 평성에서 개인적으로 중유를 정제해 판매하고 있다는 한 소식통은 “지금은 군부대가 직접 돈주를 끌어들여 중국과의 해상밀수를 통해 수입한 원유와 중유, 피치(정유찌꺼기)로 휘발유나 디젤유를 직접 제조하고 있다”면서 “사적으로 제조된 연유는 점성(순도)이 떨어지지만 각 지역 스탄다(주유소)에 달러현금을 받고 넘겨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북제재와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군부대의 식량난과 연유난이 더 심각해지자 군부대들마다 돈주들의 투자를 끌어들여 연유제조시설을 차려놓고 연유를 뽑아서 사용하거나 민간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폐 비닐을 원료로 연유를 뽑아낼 수 있는 시설들도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소식통>: "정유하는 시설이 있단 말입니다. 중국에서 생거(원유)를 들여올 때도 있고 중유나 삐치로 들여오기도 하고...파(폐) 비닐에서도 디젤유를 뽑기도 하고 석유도 뽑고 개인들이 다 한단 말입니다. 설비들이 있거든요...(나라가)꽃제비니까..."

소식통은 이어서 “몇 년 전만해도 스탄다(주유소)는 백마(정유공장)에서 넘겨받은 정품 연유만 판매하는 곳으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개인이 정제한 연유를 디젤유에 섞거나 남흥화학공장에서 빼돌린 나프타(가솔린 대용)를 싸게 사들여 휘발유에 섞어 판매하면서 불법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나프타를 절반이나 섞은 휘발유를 사용하면 차량과 윤전 설비가 금방 고장 난다”면서 “8.3(가짜)연유가 군부대 연유창고에 비축되어 상수용(훈련용) 연유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군 고위간부였던 한 탈북민은 “김일성시대부터 각 군부대는 하늘이 무너져도 유사시에 사용하는 전투용 연유에는 손대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보병부대보다도 전차, 포, 함선 등을 움직이는 군부대의 연유비축에 문제가 생겼다면 쌈(전쟁)을 못하는데 이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