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국가보위성이 인민반회의를 직접 소집하고 한국과 연계되어 돈(송금)을 받은 주민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송금으로 받은 돈을 보위당국에 바치고 자수하면 선처하겠지만 끝내 숨길 경우 엄벌에 처한다며 협박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1일 "지난주 무산군 삼봉노동자구에서는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이 직접 주민세대별 인민반회의를 주관했다"면서 "회의내용은 한국에서 송금해준 돈을 받은 주민들은 모두 보위부에 자수하라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수기간은 이달말까지이며 해당 기간내에 국정원과 연계되거나 탈북가족으로부터 더러운 돈을 받은 자들이 자수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엄포를 놓았다"면서 "무산군 보위부는 이미 한국과 연계된 탈북자 가족 등 누가 어떤 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다 장악(파악)하고 있다며 협박과 공갈을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제절로 보위부에 찾아와 한국에서 받은 돈을 보위부에 바치고 자수하는 주민들은 과거행적과 상관없이 용서해주겠다는 회유도 늘어놓았다"면서 "보위부의 협박과 회유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있지만 일부 고지식한 탈북민 가족중에는 보위부를 찾아가 자수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최고존엄을 모욕한 행위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후부터 국가보위성은 각 지역마다 숨겨진 탈북가족을 색출하는 등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송금을 받은 사람은 돈을 바치고 자수하라는 내용의 주민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주민소식통은 22일 "회령시 성천동에서는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이 인민반회의를 열고 탈북자 가족들은 양심선언을 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그 양심선언이라는 게 한국에서 보낸 돈을 받았으니 돈을 보위부에 바치고 자수하라는 게 핵심내용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코로나사태로 국경이 막히면서 밀수꾼의 뒤를 봐주며 돈을 받아먹던 보위부가 돈이 궁하게 되니 양심선언 운운하며 탈북자 가족들로부터 돈을 뺏어낼 궁리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두 달 전에는 주민집회를 조직하고 탈북자 쓰레기를 찢어죽이라며 선동하던 보위부가 지금은 운영자금이 떨어졌는지 결국 탈북가족들에게 자수하고 현금을 바치면 용서해주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보위당국을 비난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기근과 아사사태로 인해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했으며 탈북민들은 주로 한국에 정착하거나, 중국에 불법 거주하면서 돈을 모은 다음 북한에 남겨진 가족을 살리기 위해 대북송금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 보내는 대북송금은 주로 중국 화교와 북한 내의 브로커를 통해 10~30%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이 북한 가족에게 전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북송금은 적대국인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이라는 것을 빌미로 북한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이 송금을 받으면 이들을 찾아가 송금 받은 것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일정액의 뇌물을 또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코로나사태로 인해 대북송금이 줄어들고 돈을 받은 탈북가족들이 송금 받은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바람에 보위원들의 뇌물 수입이 상당 부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19년에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414명의 탈북자 가운데 62%는 한 차례 이상 대북송금을 했으며, 대북송금 경험자 256명이 한국에 정착한 뒤 북한으로 보낸 누적 송금액은 2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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