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잔류 북한노동자들 코로나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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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북한노동자들이 북한당국의 무관심 속에 코로나비루스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관련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7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외화벌이사업소의 한 노동자는 “지난 6월 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조선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건설사업소와 러시아 건설업체 간 통역을 맡고 있던 30대의 한 남성이 고열과 폐렴증상을 보이다 현지 병원에서 사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지 의료기관에서 밝힌데 의하면 통역원은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였다”면서 “지난 4월부터 모스크바에서 코로나 비루스가 크게 확산되는 와중에 우리사업소 대표부가 러시아건설업체들과 사업계약을 따내느라 통역원을 내세워 일하는 과정에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로 사망한 통역원 남성은 평양 출신이며 평양외국어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였다”면서 “그가 모스크바 주재 (북한)외화벌이사업소에 통역원으로 파견되어 일한지는 몇 년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코로나로 사망한 통역원의 시신은 당연히 그의 고향인 평양으로 이송되어야 하지만 코로나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를 핑계로 평양에서 시신의 이송을 불허하는 바람에 모스크바 현지에서 화장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28일 “지난해 12월말까지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대부분 귀국 조치되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러시아에는 상당수의 우리(북한) 노동자들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5년간 유효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거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노동자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금년초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러시아에 남아있는 우리 노동자들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전부 귀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코로나사태로 귀국하지 못하고 러시아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외화벌이 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제한하고는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하달한 외화벌이계획 미달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사업소 간부들은 러시아 현지 건설업체들로부터 노동계약을 따내고 북한노동자들을 현장에 내 보내 돈벌이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러시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코로나 방역대책은 거의 무방비 상태”라면서 “우리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며, 코로나방역 대책도 노동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우리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자체로 구입해 착용하고 일한다고 하지만 코로나가 크게 번지고 있는 러시아현지에서 일하다 보니 코로나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마스크 외에 아무런 방역장비 없이 일하고 있는 조선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선별검사를 진행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코로나 확진자로 진단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지난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2397호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두 본국으로 귀환하도록 되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를 해제하는 대로 귀국조치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19 유입 및 확산방지 대책본부는 “지난 하루동안 수도 모스크바를 포함한 83개 지역에서 6천 719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와 누적 확진자는 64만1천 15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6/29)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78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모스크바 시의 누적 확진자는 22만 85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