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북 공장들, 개인 돈주 영입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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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시키면서 공장기업소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장간부들은 개인돈주를 공장의 '화주'(상품판매책임자)로 영입해 생산품 판매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각종 물품을 차에 싣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화주’(상품판매책) 또는 차판상인으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요즘 장마당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차판상인들이 국영공장의 화주로 직접 공장에 들어가 생산품 판매를 책임지는 것으로 공장기업소의 경영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평안북도 행정기관의 한 간부 소식통은 29일 “당 정치국비상확대회의에서 개성으로 월북한 탈북자를 코로나 감염환자라고 몰아세우면서 코로나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선포하고 국경봉쇄 장기화를 예고함에 따라 각 공장기업소의 경영난 악화는 불가피하게 되었다”면서 “이에 공장 간부들은 이를 타개할 대책을 세우느라 고민이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신발공장에서 세운 대책을 보면 시장에서 활약하던 개인돈주들을 공장의 화주로 끌어들였다”면서 “화주는 공장에서 생산한 운동화 등 각이한 신발을 차량에 실어 전국적으로 유통하고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자금을 확보해 공장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소식통]: "화주들 다 돈있는 사람들로 꾸려요. 우리기업소에 들어 온 화주들에게 9호신발(중앙당간부공급용)이나 3호신발(일반주민용) 아니면 농촌 노동화 같은 거 줘서 (시장에) 도매하게 하고...또 물물교환 해오게 하고..."

소식통은 이어서 “기존에도 신의주신발공장에서는 공장생산품의 일부를 바로 시장에 넘겨주고 벌어들인 돈으로 원자재 구입 등 운영자금 일부를 해결해왔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차판장사꾼을 화주로 영입해서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발제품을 대부분 화주가 운영하는 차판장사에 공급하고 여기서 들어오는 자금으로 코로나로 어려워진 공장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원래 국영공장에서 생산된 신발은 국영상업망을 통해 주민들에게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도록 되어있어 시장에 유통시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라면서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장기화와 주민이동 통제로 생산품을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다가는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당국에서 국영공장과 차판장사꾼과의 직거래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도 돈주를 화주로 끌어들여 공장에서 생산한 여러 가지 화장품을 화주 재량으로 판매하도록 하고 거기서 얻은 이익금으로 공장에 필요한 석탄연료와 필요한 운영자금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공장의 화주로 영입되면 공장의 생산품 운송을 책임지는 공장 소속 간부로 되기 때문에 제품을 시장가격으로 팔아 수익을 챙기고 공장생산품 이외의 제품을 유통하는 데에도 단속되지 않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면서 “공장입장에서는 코로나사태로 판로가 막힌 생산품을 화주가 통째로 인수해 맞돈으로 지불하거나 시장에 유통시켜 공장운영자금을 확보해주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북한에서 말하는 이른바 ‘개인화주’는 1990년대 국가배급제도가 마비되며 장마당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된 주민들의 보따리장사와 서비차 등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서비차를 이용해 전국 시장에 상품을 유통시키는 개인 화주는 개인 보따리 장사가 발전해 규모를 늘린 형태이며, 이들 개인 화주들은 마비된 국영상업유통망의 공백을 메우고 전국 각 지역 시장의 상품가격 안정화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