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주민, 폭우 피해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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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함경북도 여러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주민, 특히 서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입니다. 부족한 식량에 보태기 위해 애써 농사지은 개인 소토지(뙈기밭) 작물이 통째로 떠내려가 주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지난 10일 저녁 길주군에는 3시간가량 집중호우가 쏟아져 남대천 뚝 밑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30세대 가량의 단층집들 중 20세대 정도가 물에 잠겼다”면서 “주민들은 급히 다리 위로 대피했으나 가재도구나 물건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남대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합수목(두 물길이 합쳐지는 곳)주변에서 소토지농사를 하며 오두막살이를 하던 25명 가량의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면서 “이곳에 모여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식량문제를 자체로 해결하겠다며 봄부터 여름 내내 가족모두가 달라붙어 소토지를 일구어 강냉이와 콩 농사를 지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순식간에 큰 비가 내려 오두막은 무너지고 요즘 한창 이삭이 여물기 시작한 강냉이와 콩밭이 흙탕물과 토사에 뒤덮이고 떠내려가는 등 폐허처럼 되어버렸다”면서 “가족이 모두 달라붙어 내년 까지 먹을 식량을 위해 악착스럽게 농사를 지었건만 큰물 한 번에 눈앞에서 강냉이와 콩이 모두 떠내려간 상황에 주민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목놓아 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화대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길주군과 이어진 화대군에는 철도가 없기 때문에 화대군 사람들은 길주군에서 화대군으로 들어가는 서비차를 이용해 장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난 11일 집중호우가 쏟아져 도로와 다리가 물에 잠기면서 서비차 통행이 하루 차단되었다가 어제(12일)부터 통행금지가 풀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산악지역인 화대군에서 산비탈을 일구어 강냉이농사를 짓던 주민들이다”라면서 “억수 같은 소낙비가 세 시간가량 쏟아 부으면서 산세가 험하고 급한 비탈에 자리한 강냉이 밭은 큰물에 휩쓸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야말로 쑥밭이 되고 말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 년치 식량 확보의 원천인 뙈기밭의 곡식들이 큰물에 떠내려가 살길이 막막해진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한 숨만 쉬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개인 소토지 소유자에게는 보상은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폭우로 수해를 입은 함경북도 주민 숫자는 정확하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북한이 보도한 군 단위가 현재 3~4개로 봤을때 한개군을 20만명으로 계산하고 그 중 10퍼센트 인구가 수해를 입었다고 하면 6만 명 가량의 함경북도 주민이 수해를 입은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