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평안남도에서 국가 주요시설인 식량배급소를 개인이 임대해 쌀 도매가게를 개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기능을 잃어버린 식량배급소를 개인에 임대해주고 당국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2일 “요즘 평안남도 성천군의 한 국가식량배급소에서 쌀과 강냉이를 비롯한 각종 알곡을 장마당 상인들을 대상으로 도매하고 있다”면서 “지난달부터 성천군의 한 여성돈주가 식량배급소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고,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쌀 도매가게로 활용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성천군에는 군 인민위원회 상업부에 소속되어 장마당가격으로 식량을 팔고 있는 식량판매소가 몇 년째 운영되고 있다”면서 “식량판매소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량배급소를 개인 돈주가 임대해 쌀 도매소를 개업하면서 식량판매소와 판매경쟁을 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상업부 소속 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내 쌀 한 키로 가격은 내화 4150원, 개인이 임대한 식량배급소에서 도매하는 (북한)쌀 한키로는 내화 4000~4100원 선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두 판매소의 쌀 가격은 별로 차이가 없지만 실제 수익금을 본다면 배급소를 임대한 개인 돈주가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서 “식량판매소의 수익금은 대부분 지방정부자금으로 입금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쌀 도매소의 수익금은 30%만 국가 양정에 소속된 식량배급소자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업주의 차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23일 “식량배급제가 무너지면서 평안남도 각 지역에 있는 국가식량배급소는 식량판매소로 전환되거나 문을 닫았다”면서 “식량배급표로 식량을 공급하던 시기 대단한 위세를 부리던 식량배급소의 권위는 옛말이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성천군의 경우, 전자회로와 군용 건전지 등 군수품을 생산하는 69호공장(비류강전기공장)과 24호공장을 비롯해 2경제 산하 군수공장들이 자리잡고 있어 국가에서 군수공장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몇몇 식량배급소가 근근이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식량수입이 급감한 때문인지 중앙에서는 군수공장들도 자력갱생정신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자체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면서 “이에 따라 군수공장 종업원을 위한 식량배급소들도 할 일이 없어져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식량배급소가 문을 닫게 된다는 사실을 눈치 챈 돈주가 길목이 좋은 식량배급소 건물을 임대해 양정당국에 수익금을 바치기로 계약하고 쌀 도매 가게를 차린 것”이라면서 “돈주가 바치는 배급소 임대료는 배급소를 통해 양정사업소 운영자금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성천군에는 무역회사들도 많은 데 회사에서 가끔 중국에서 밀수입했는지 모르겠지만 수 백 톤의 식량을 식량배급소 창고에 보관하기도 한다”면서 “기존에는 배급소 책임자에게 창고임대료를 바치고 식량을 보관하였지만 지금은 배급소를 통째로 임대한 개인돈주에게 창고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