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중앙당 재정경리부에서 발급한 행표(일종의 수표)가 공장 기업소의 자재대금 결제는 물론 전국 은행에서 즉시 송금 및 현금지급이 가능해 달러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내각에서 발행한 무현금 행표는 휴지쪽에 불과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당 소속 무역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간부 소식통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노동당 행표(수표)만 들이대면 어느 공장에 가든 공장에서 생산한 철강재와 시멘트 등 국가자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서 “자재를 공급한 공장 기업소는 노동당 행표를 은행에 청구하면 즉시 달러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당 행표로 결제되는 대금은 국정가격이 아니라 합의제가격(시장가격)으로계산되기 때문에 노동당 행표를 받은 기관이 행표에 기재된 금액을 달러로 환산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 은행에서는 시장환율로 계산해 달러현금이 지급되고 있다”면서 “이에 노동당 행표는 달러현금과 똑 같은 가치와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 상업망에서 근무하는 한 소식통은 3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동당 행표로 자재를 구입하거나 호텔, 식당 등 상업망에서 결제대금으로 사용하려면 국정가격이 적용되어서 노동당 행표 받기를 거부하는 국가기관들이 많았다”면서 “국영공장과 백화점들은 모두 시장경제방식으로 자체운영되기 때문에 국정가격으로 결제되는 행표를 받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중앙당에서는 당 소속 금강관리국을 비롯한 목장, 농장 등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노동당 행표의 위상과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합의제(시장) 가격으로 행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면서 “중앙의 조치에 따라 노동당 행표를 발행하는 당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는 전국의 은행들에 은행 돈자리(계좌)를 만들고 거액의 당자금을 현금으로 예치하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라는 명판이 찍힌 행표는 달러현금과 마찬가지의 위력을 가지면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반면, 내각이 발급한 행표는 휴지장이나 마찬가지다”면서 “내각의 재정이 고갈되어 내각 자금이 은행에 부족하다 보니 내각 행표는 은행에 가져가도 대금결제나 현금지급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공장 기업소는 내각 행표를 받아도 쓸모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결국 당에서 나라의 돈줄을 틀어쥐고 내각은 빈털터리 재정상태에 머물다보니 내각 소속의 공장 기업소와 평양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도 노동당 행표만을 받아들이고 있어 나라(내각)의 경제를 죽이는 꼴이 되고 있다”면서 “이에 행정간부들은 우리나라는 당이 틀어쥔 경제기관과 무역회사들을 없애지 않고서는 내각 경제는 영원히 살아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행표는 은행 돈자리를 통한 지불결제의 간단하고 편리한 수단이며, 행표에 기입된 금액을 제정된 기일 안에 언제나 지불한다는 것을 국가은행이 담보하는 경제문서’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행표거래는 현금으로 유통하거나 거래하는 데에서 사고를 막아내는 등 사회적유통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방 후 북한은 국영공장의 설비와 원료, 자재, 자금 유통을 국가계획에 의하여 생산 공급하는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시행하면서 내각 소속 기관 기업소들 간의 물품대금 결제나 수송운임 등의 지급을 내각이 발행한 무현금 행표로 거래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당 자금을 관장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무역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외화벌이기관들이 급증하면서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가 행표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