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신 연탄이 차지한 북 유치원 놀이터

0:00 / 0:00

앵커 : 요즘 북한에서는 유치원과 탁아소의 어린이 놀이터가 연탄 장사꾼에 임대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국가보육시설 운영 자금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가을철에 접어든 북한에서 성수기를 맞은 연탄 장사꾼들이 한 철 장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길목 좋은 국영 유치원과 탁아소 공터를 임대하고 있습니다. 자금난에 직면한 국가보육시설도 돈을 벌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라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3일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이 달 들어 읍 유치원 놀이터가 구멍탄(연탄) 장사꾼 두 명에게 임대되었다”면서 “유치원 놀이터 부지에서 장사꾼들은 구멍탄을 찍어 말린 뒤 장마당에 넘기며 돈을 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유치원 놀이터 부지 임대는 유치원 원장이 허락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다”면서 “유치원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해결해보려고 유치원 원장이 직접 유치원 뒤뜰 놀이터 부지를 장사꾼에 임대하고 임대비용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안남도 은산군에 자리 잡고 있는 읍 유치원은 종합시장 길목과 연결돼 있어 연탄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장사꾼들에게 인기있는 노른자위 부지라고 합니다. 연탄 장사꾼들이 유치원 놀이터 부지 임대로 지불하는 비용은 하루 내화 10만원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유치원 담장 둘레 부지에서는 주로 채소 장사꾼들이 장사를 해왔지만, 유치원 구내에 구멍탄 장사꾼들이 들어와 장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종합시장 매대 뿐 아니라 골목장과 길거리 매대들도 지방 행정기관 소속의 시장관리소가 장세를 징수합니다. 은산군 읍 유치원 담장 둘레에서 장사하는 장사꾼들의 장세 역시 시장관리소가 걷어가고 있는데, 유치원 구내 어린이 놀이터는 유치원 관할이므로 유치원 놀이터를 임대한 구멍탄 장사꾼들은 임대 비용을 매일 유치원에 바쳐야 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도 이 날 “가을철에 들어서며 신의주 백운동 탁아소에서 놀이터 공간을 구멍탄 장사꾼들에게 빌려주었다”면서 “요즘 유치원과 탁아소는 코로나 방역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어 놀고 있는 놀이터 공간을 장사꾼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탁아소에서는 구멍탄 장사꾼들에게 매달 임대비용을 내도록 계약했다”면서 “탁아소 놀이터 부지 임대비용은 돈으로 받지 않고 탁아소에서 사용할 구멍탄 500개를 받기로 구멍탄 장사꾼과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국가에서 유치원과 탁아소에 공급해야 할 석탄 연료를 공급해주지 못하다보니 탁아소 스스로 구멍탄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에서 판매되는 무연탄 1 톤 가격은 내화 12만원, 연탄 한 개 가격은 내화 500원입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