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타 공장설비 훔친 공장간부를 ‘의인’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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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타 공장설비를 불법 이전해설비 도용혐의를 받던 한 기계공장 지배인을 무죄로 판단, 풀어줘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공장 간부소식통은 17일 “지난 주, 가동이 멈춘 국영공장의 설비를 훔쳐다 자기네 공장에서 사용한 혐의로 도 검찰소에 신고되어 조사받고 있던 평안남도의 한 기계공장 지배인이 무죄로 풀려나왔다”면서 “기계공장 지배인과 종업원들에 의해 설비를 도난당한 국영 유리공장 간부들이 이들을 설비를 훔쳐간 범죄자로 신고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사건의 발단은 지난 봄, 유리공장 후문에 방치되어 있던 제재설비를 기계공장 지배인이 공장 노동자들을 시켜 기계공장으로 몰래 가져다 설치하면서 시작됐다”면서 “설비를 가져온 기계공장에서는 녹이 쓴 제재설비를 살려낸 후 제재기를 이용해 가구를 생산해 판매하면서 국가에 바치는 액상계획(현금계획)을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기계공장에서 가구를 생산해 시장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퍼져 나가자 유리공장에서는 자기네 공장에서 도난당한 제재설비가 기계공장에서 사용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면서 “이에 유리공장에서는 공장설비를 훔쳐간 주범이 기계공장 지배인이라는 사실을 검찰소에 신고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중, 도 당에서는 도 검찰소에 기계공장 지배인이 타 공장 설비를 몰래 가져간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설비를 판매해 착복한 것이 아니라 국가계획 수행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무죄로 판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면서 “이에 기계공장 지배인은 자력갱생 혁명정신으로 공장을 살려내라는 당중앙의 지시를 관철한 간부로 평가되어 무죄로 풀려 났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공장 간부 소식통은 “지금 나라의 경제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국경봉쇄와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면서 “중앙에서는 어떤 방법을 쓰던지 자력갱생을 발휘해 부족한 설비와 자재를 자체로 해결하고 공장을 살려내는 간부가 당의 충신이라고 역설하며 애꿎은 공장 간부들만 닥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결국 당국이 요구하는 자력갱생이란 게 도둑질 같은 범법행위를 해서라도 공장 가동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보니, 타 공장 설비를 몰래 뜯어다 자기네 공장에 불법 설치하고 이용한 기계공장 지배인이 무죄로 판단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 사건이 더 어이없는 것은 타 공장설비를 훔쳐간 기계공장지배인은 자력갱생으로 공장을 살려낸 간부로 평가된 반면, 공장 설비를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유리공장지배인은 국가설비인 제재설비를 잘 관리하지 않고 녹이 쓸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당국의 책임추궁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유리공장 제재설비가 장기간 방치되었던 이유는 기계공장이나 군수공장들은 국가전기를 공급받고 있지만 유리공장처럼 작은 공장들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서 가동을 하지 못한 때문이었다”면서 “공장에 필요한 전기도 공급해주지 않으면서 당국은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설비국을 유리공장에 내려보내 현재 기계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재설비를 정식으로 기계공장 소유로 등록하도록 조치해 공장간부들 속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