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에 입당 권유하고 애국미 바치도록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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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당창건 75주년을 맞으며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협동농장 농민들에 입당을 권유해 농민당원을 대폭 늘린 다음 애국미 헌납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농민 소식통은 22일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숙천군 운정리 협동농장에서는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 중 새로이 입당한 농민이 열 명 넘어섰다”면서 “협동농장이 생긴 이래 몇 달 만에 농사꾼들이 이처럼 많이 입당한 사례는 드문 일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입당방식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는데, 원래 입당절차는 농촌 리 당위원회가 농장작업반 당 세포조직으로부터 당에 충실한 열성농민을 추천받아 입당심의를 하였으나 지금은 다르다”면서 “충성심보다는 먼저 포전담당책임제로 농경지를 3천 평 이상 분여 받았고 현물수확량이 높은 농민들을 리 당위원회가 직접 찾아가 입당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으로 입당기회가 쉽지 않았던 농민들은 당 조직에서 갑자기 입당을 건의하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입당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다”면서 “알곡 수확을 앞두고 농장 당 위원회에서는 올해는 자연자해로 나라가 어려우니 농민당원들이 앞장서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지은 알곡을 애국미로 헌납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농민 소식통은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평안남도 은산군 농장에서도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 중, 다수확농사로 소출이 높은 농민들이 당 조직의 권유로 후보당(당원 후보자)에 들었다”면서 “올해처럼 농장간부가 아닌 일반 농민을 대상으로 입당폰드(쿼터)가 많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단순히 당원을 보충하기 위한 사업만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기존과 달리 당 간부가 농민들을 찾아가 입당을 권유하는 방식을 보면, 해방직후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여한 당국이 농민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입당하도록 설득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당시 당국은 농민당원을 늘려 농촌진지를 완전히 장악하고 농민들 스스로 농사 지은 알곡을 나라에 애국미로 바치도록 강제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도 당 조직에서는 포전담당책임제로 농경지를 분여하고 실적을 내고 있는 농민들을 찾아다니며 입당을 권유하고 있는데, 농민들이 입당하게 되면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지은 현물알곡 배분을 농장과의 계약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당 조직이 정하고 회수하는 데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만약 농민당원이 영농조건과 자연재해 등을 내세우면서 포전담당책임제로 농사지은 알곡을 당에서 지정한 분배비율로 나라에 바치지 못할 경우 해당 농민은 출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며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면서 “때문에 농민당원들은 포전담당책임제로 계약된 알곡뿐 아니라 애국미까지 나라에 헌납해 당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결국 당국이 농사꾼들을 대폭 당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속셈은 농민당원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빌미로 농민들이 땀 흘려 농사 지은 알곡을 강제 회수하려는 올가미나 같다”면서 “이를 눈치 챈 일부 농민들 속에서는 입당을 거절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