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평안남도의 한 지방도시에서 '당 간부를 타도하자'는 낙서 사건이 발생해 도 보위부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입니다. 보위당국은 이번 사건을 반체제사건으로 보고 엄중 수사중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8일 “지난 9월 중순, 은산군 장마당으로 들어가는 주변 담장에 ‘인민을 착취해 배부르게 잘사는 당 간부를 타도하자’는 낙서가 발견되어 지역 보위부가 발칵 뒤집혔다”면서 “보위당국은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당 간부를 타도하자는 낙서사건은 최고존엄을 수뇌부로 하는 당중앙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반체제사건으로 단정하고 긴급수사에 들어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낙서사건으로 비상이 걸린 보위당국은 사법기관과 합동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필적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보위부의 지시에 따라 인민반장들은 각 세대마다 돌아다니며 어른과 아이들에게 볼펜으로 글을 쓰게 하고, 글 쓴 종이를 받아내 보위부에 바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당국은 낙서 필적과 주민들의 필적을 정밀 대조하며 낙서범을 수사했지만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다”면서 “이에 보위당국은 2차 필적 조사를 하고 있는 데 처음에는 오른손으로 글을 쓰게 하더니 이번에는 왼손으로 글을 써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자필로 글을 써 보위부에 바치느라 단련받고 있는 주민들 속에서는 필적을 조사하는 절반만큼이라도 민심안정에 신경을 쓰라며 보위당국의 수사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낙서자를 잡느라 주민들만 닦달하지 말고 왜 당 간부를 타도하자고 낙서하였는지 보위부 간부들은 생각해봐야 한다며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29일 “지난 주 위생방역허가증을 발급받고 평안남도 은산에 살고 있는 친척집으로 이동해 숙박하면서 장사를 하던 중, 지역 보위지도원이 호출해 조사를 받았다”면서 “평안북도에서 언제 왔는지 등을 조사한 보위지도원은 오른손과 왼손으로 글을 쓰게 하고 낙서 글씨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보내주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보름째 이어지는 낙서 사건 수사에 지역 주민들은 해마다 주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데, 당 간부를 비롯한 권력층들만 잘 먹고 잘사니 ‘당 간부 타도하자’는 낙서를 해가며 당국을 비판하는 게 아니냐며 낙서 내용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안북도를 보아도 당 간부들이 살고 있는 도당아파트는 전기공급부터 정상인 반면, 주민들의 동네는 전기가 오지 않아 어두운 밤에 조명도 제대로 보지못한다”면서 “식생활수준도 간부들의 경우에는 고기와 쌀을 골라 먹으면서 장사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만 갖가지 구실로 통제하고 있어 간부들을 미워하는 주민들의 원한이 쌓이고, 그 원한은 수뇌부를 향한 증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