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장마당에 상품광고 표지판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마당 매대가 품목별로 구획되어 운영되기 시작한데 이어 개인장사꾼들이 자신의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표지판까지 등장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5일 "요즘 종합시장에 가보면 자신의 상품을 광고하는 표지를 매대에 세워놓고 장사하는 장사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상품종류에 따라 광고 표지판의 크기와 내용은 다르지만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데에는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광고표지판이 가장 많은 매대는 담배, 쌀, 음식 등 대중들이 많이 찾는 소비품 매대"라면서 "지난 시기에는 상인들 간에 고객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이 흔히 벌어지군 했는데 지금은 광고표지판을 내세워 손님들이 상품 매대를 선택하도록 하는 불문율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처음에 나온 광고표지판은 장사꾼이 직접 흰 종이에 색 마지크(매직)로 '꺽꺽초'라고 손글씨로 쓴 것이었는데 이처럼 간단한 광고판 효과로 담배가 잘 팔리자 상인들이 저마다 광고표지판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광고표지판의 크기와 모양 등이 아주 달라졌다"면서 "종이 대신 나무판에 서예가들이 세련되게 쓴 광고판이 매대 곳곳에서 눈에 띤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세련된 광고표지판을 만들어주는 전문인력까지 등장했는데 주로 국영 공장 기업소의 당위원회 선전부에 소속된 사람들(직관원)이 장사꾼들의 의뢰를 받아 광고판을 제작해 주고 있다"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당의 구호판을 비롯한 전투 속보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사람의 눈길을 붙잡는 광고판의 감각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광고 행위가 비사회주의 요소로 인식되어 텔레비죤에서도 상품 선전을 하면서도 '광고'라는 용어를 배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매일 장사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광고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중앙에서는 봄가을 농번기에 주민들을 농촌지원에 강제동원하기 위해 장마당 개장시간을 제한하는 등 통제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해 장사꾼들의 상품광고 방법은 더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장마당 개장시간이 제한되면 바로 가정 집 대문과 지붕 위에 '신발 팝니다', '옷을 팝니다' 같은 등 광고표지판들이 나붙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당 선전부 일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광고표지판 전문 제작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면서 "광고판은 햇볕에 색이 바래거나 낡아 훼손되면 다시 주문하기 때문에 광고표지판 제작 대행업자들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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