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당국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오수처리시설(정화조)에서 배출되는 인분이 비료대용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지역행정의 말단조직 책임자인 인민반장에 인분 판매권을 주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9일 “요즘 하우스에서 남새를 재배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개별 농사꾼들이 도시 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며 인분을 사모으느라 분주하다”면서 “아파트 망울(하수망·오수처리시설)에 차있는 인분은 해당 아파트의 주민세대를 책임진 인민반장만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우스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인분을 사려고 시내까지 올라오는 것은 화학비료는 값이 비싼데다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인분비료의 수요가 높아지자 당국에서는 주민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는 인민반장들에게 인분을 판매하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도시 아파트마다 20~30 세대를 한 개 인민반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인민반은 지역행정의 말단조직으로써 인민반장은 주민행정의 마지막 단계를 맡은 조직책임자이다”라면서 “당국이 인민반장들에 아파트서 배출되는 인분을 판매할 수 있는 특혜를 준 것은 주민통제력을 더 강화하라는 암묵적 지시나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인분은 개인 농사꾼이 끌고 온 소달구지 위에 설치된 500키로 들이 밀폐된 통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그 값은 인분 500키로당 개인 농사꾼에게 김장배추 50키로 정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반장은 인분을 국영농장보다는 개인 농사꾼에게 판매하길 원하는데 인분 가격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인분 500키로에 대해 옥수수로는 개인 농사꾼에게 50키로 정도를 받지만 국영농장에 팔 경우 옥수수로 20-30키로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원래 지방도시에는 주민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단층집 마을에 공동변소가 있고 아파트마다에는 하수관이 연결된 커다란 망울이 있다”면서 “변소와 망울로 배출된 인분은 도시미화차원에서 6개월에 한번씩 청소를 하는데, 이 때 수거된 인분은 주변농장에서 무료로 가져다 비료대용으로 사용하도록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만성적인 화학비료난으로 인해 국영농장과 협동농장들이 저마다 도시마을 인분을 차지하려고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지방당국은 공동변소와 하수망에서 인분을 가져가려면 해당 지역 인민반장을 통해 절차를 밟도록 조치하였다”면서 “이제는 농장이든 개인 농민이든 도시에서 인분을 가져가려면 인민반장에게 가져가는 인분만큼 쌀이나 남새를 지불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인분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아파트 오물장에 버리고 있는 구멍탄(연탄)재도 지금은 누가 함부로 퍼갈 수 없으며 인민반장의 허가에 따라 판매되고 있다”면서 “비료가 절대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는 구멍탄재에다 인분을 섞어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농장과 개인 농민들이 서로 가져가려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