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크리스마스를 대표적인 반사회주의사상문화로 지목

사진은 평양 시내 야경. 멀리 105층 류경호텔 외벽에 선전화가 비춰지고 있다.
사진은 평양 시내 야경. 멀리 105층 류경호텔 외벽에 선전화가 비춰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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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전세계가 경축하는 크리스마스가 북한에서는 대표적인 반사회주의사상문화로 투쟁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당국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주민에 대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처벌하도록 지시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동북지역의 한 도시에 주재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25일 ‘크리스마스 명절을 즐겁게 보내세요’라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전화인사에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명절로 쇠지 않는다”면서 “크리스마스를 명절로 보냈다는 개인자료가 조국에 통보되면 반동으로 처벌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당국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12.04)에서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반사회주의사상문화를 유입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반동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는데, 당국이 주목하는 반동사상문화에는 기독교 문화를 따라 하거나 크리스마스를 명절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반동으로 몰릴 수 있어 크리스마스날에는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긴장속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해만해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주재 (북한)영사관과 무역대표부의 간부들 속에서는 전세계가 크리스마스를 큰 명절로 축하하는 분위기에 맞춰 성탄절(12.25)이 오면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주재 지역의 축하분위기에 동조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새로 나오고 당국에서 크리스마스 명절문화를 대표적인 반동문화로 지정하면서 해외에 주재하는 (북한)간부들에게는 크리스마스 명절이 당국의 감시를 받는 공포스러운 날로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중국에 주재하는 간부들은 크리스마스날을 전후해서는 식당에서 외식은 물론 커피숍에 들러 커피 마시는 것조차 반동행위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몸을 사린 채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중국과 마주한 국경도시에는 중국과 전화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아 12월 25일은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며, 이날 외국에서는 가족과 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일부 주민들은 성탄절이 오면 태양빛판(태양광)으로 충전한 밧떼리를 이용해 깜빡이등을 연결해 조명 장식을 하고 가족끼리 함께 식사도 하고 남몰래 외국영화도 보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고 당국이 크리스마스 문화를 전형적인 반동사상으로 지적하면서 국경지역 분위기도 완전히 가라 앉아 고요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걸 만들어 놓고 당과 수뇌부를 무조건 믿고 따르지 않고 기독교 문화에 조금이라도 동조하는 자들에 대에서는 반사회주의사상문화를 퍼트려 혁명전통을 말살하려는 ‘특별 반동’으로 처벌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사법기관의 단속이 살벌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경지역을 비롯한 일부 내륙지역에 중국에서 비밀리에 들여온 성경책이 상당수 퍼진 적이 있었다”면서 “성경책을 입수한 일부 주민들은 밤마다 성경을 읽고 비밀리에 기도모임을 운영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2007년 평안남도 순천시 동암리 농촌부락에서 주말기도 모임을 하고 있던 지하교회조직성원들이 통째로 보위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이 있었으며 이 때 체포된 기독교인 주민들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지금까지 생사조차 알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