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에서 강도 높은 숙청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칼럼 등을 통해 북한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 처형설을 전한 탈북 언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를 홍승욱 서울지국 기자가 만나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 북한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 처형설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주성하: 북한 공훈국가합창단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게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사실 엄청난 신임을 받던 조직인데. 이 방송의 합창단의 지휘자가 몇 명이 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한 행사에서 각종 공연이 진행됐는데, ‘그림자 무용’ 공연을 김정은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것을 총화사업이라고 합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다음에 총화사업을 할 때 지휘자가 ‘별걸 다 가지고 칭찬한다’고 얘기를 했다는데요. 아마 옆에 있던 친한 사람하고 얘기했겠죠. 김정은이 칭찬을 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무시해버린 거잖아요. 이것은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주 엄중한 문제라고 본 것이죠. 공훈국가합창단의 지휘자는 모두 오스트리아 유학파들입니다. 북한에서 돈을 들여서 양성한 인재들인데 처형당했다고 전해진 사람이 실제로 2월 중순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처형 방식인데 평양 시내 예술인들을 다 모아놓고 그 자리에서 지휘자를 데려다가 세워놓고 한 십여 미터 거리에서 자동 소총수 세 명이 나와서 탄창 하나씩을 다 썼어요. 그러니까 모두 탄창 세 개를 쏜 것 아닙니까. 탄창 하나에 총알30발이 들어갑니다. 90발을 쏜 것이거든요.
기자 : 이 정보를 접하신 과정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성하: 사실 정보 출처와 관련해서, 지금 김정은이 어디서 정보가 새는지 무조건 잡아내라고 보위부에 독촉이 가해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늘 그랬지만 요즘은 더 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보원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수단이 전화인지 전자우편인지 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지 조차 밝히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위치가 북한인지 중국인지도 밝히면 안 되는 것이거든요. 제가 항상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 염두에 두는 것은,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300명 이상일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정보를 알고 있을만한 사람이 300명 미만이라고 판단되면 저는 공개하지 않고 더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소문이 좀 더 퍼져서 300명이 넘어야 정보가 어디서 샜는지 조사를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주 급한 뉴스가 아니면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그 힌트를 거의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기자 : 김정은의 언급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가 잔혹하게 처벌 받은 내용입니다. 북한 내부 분위기상 이 정도 행동이 사형을 당할 정도의 중죄입니까?
주성하: 일단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신적인 존재 아닙니까? 이 세 사람이 잘했다면 모든 사람들이 잘했다고 해야지. ‘아니 잘하지도 못한 걸 잘했다고 하느냐’라고 하면 수령이 잘못했다는 것이잖아요. 이것은 신의 권위에 도전을 하는 것입니다.
기자 : 김정은이 대외적으로는 정상 국가의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애를 쓰는데, 내부에서는 최근에도 잔혹한 숙청, 처형이 빈번하게 집행된다는 것은 예전과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할까요?
주성하: 언제 잔혹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까? 지난 2012년 취임 1년차에는 인자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그때 부인 리설주도 데리고 나와서 여러 가지로 인자한 모습을 보였고 그때 숙청을 주로 장성택이 담당했죠. 그런데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손에 피를 묻힌 것이잖아요. 그 다음부터 사람이 점점 잔인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강도가 더 세지고, 쉽게 말하면 비를 한 번 맞으면 그냥 물이 안 무섭잖아요. 물에 빠지고 나면 비가 안 무섭고, 이런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작년부터는 조금 더 강도가 심해졌다고 느꼈어요.
기자 : 최근에 그런 분위기가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성하: 쉽게 말하면 경제난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대북 경제제재,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때문에 물가가 뛰는 등 경제 상황이 상당히 안 좋아지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몇십억 달러의 무역이 진행돼야 되는데 그게 지금 모두 멈춰있다보니까, 외화와 수입품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죠. 사실 불만을 달래려면 경제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공포 통치, 불만 제기하면 사형시킨다,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숙청 정치로 회귀하는 것이죠.
기자 : 북한 내 숙청 소식을 종종 전하시는데,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주성하: 저희는 북한을 들여다보는 기자 아닙니까? 사실을 전달하는 게 일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했으면 당연히 뉴스가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근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숙청 소식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언론들이 상당히 위축돼있어요. 왜냐하면 오보가 나서 죽었다던 사람이 살아서 나오는 등 이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10번을 보도했는데 9번 맞고 1번 틀린다면 ‘죽었다고 했는데 살아 나왔지 않느냐, 그러니까 나머지9개도 다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게 평생 꼬리표를 달아요. 그러니까 요즘 언론은 그런 일이 벌어져도 몸을 사리면서 다루지 않는 분위기란 말이죠. 오보가 한 번 나오면 그동안 쌓은 모든 것들이 다 날아갈 형편이니까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고 위험 부담도 상당히 큰데,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잔혹하다는 것을 알리려면 보도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위축돼서는 안된단 말입니다. 삐끗하면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할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는 알려야 하잖아요. 1보, 2보, 3보를 거치면서 전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며 뉴스가 완성돼가는데 북한에는 기자가 있습니까, 추가 취재가 가능합니까? 전화통화도 안 되잖아요. 100% 정확한 1보를 낸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도 힘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안 쓰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에 있는 정보원들에 대한 신뢰와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자 : 박태성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최휘 전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숙청에 대한 보도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소식통으로부터 전해 들으신 바가 있습니까?
주성하: 박태성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처형됐다는 소식 역시 제가 단독으로 전한 뉴스입니다. 그런데 박태성 같은 경우는 사실 북한에서 김정은을 포함해서 서열 여섯 번째고, 노동당 서열로 따졌을 때는 세 번째입니다. 매우 큰 인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장성택 숙청 이후 최고의 고위급을 처형한 것이죠. 제가 알아본 바로는 박태성은 처형됐습니다. 그리고 최휘는 연로보장을 받아 은퇴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언제든 다시 불러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박태성 같은 경우는 실제로 지난 2월 16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노동당 선전 비서, 선전선동부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후임자가, 선전선동부장이 4월에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일단 이 사람은 현직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0% 단정하기에는 상당히 위험 부담이 커서, 저는 정보를 신뢰하고 있지만 ‘처형설’ 정도로 설명하는 게 맞습니다. 박태성 처형 사유와 관련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으로 2월 16일 행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처형 사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선전선동부는 정말 북한 간부들한테는 기피 부서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선전선동부에 바로 김여정 부부장이 있습니다. 김여정은 외국에서 자랐고 나이도 어립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세대 교체라고 말하지만 80대 할아버지와 20대 여성이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따라가서 김여정의 지시를 받는다고 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기자 : 갈등설에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계십니까?
주성하: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아마 지금 선전선동부에 누군가를 발령낸다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벌벌 떨 수도 있습니다. 최휘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숙청을 당한 것이 아니라 은퇴를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박태성의 경우에는, 쉽게 말해 북한 사회에서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누군가를 숙청해야 하는데 누군가를 한 명 데려다가 처형한 것이죠. 그러면 다른 간부들이 다른 얘기를 못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