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는 북한이 전날 72번째 정권수립일을 조용히 보낸 것과 관련해 태풍과 수해복구 등 내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 이른바 ‘9·9절’을 특별한 자축 행사 보다는 최근 불어 닥친 태풍 피해복구를 강조하며 보낸 북한.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10일 북한이 태풍과 수해복구 등 내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정권수립일 관련 동향에 대한 질문에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가 아닌데다 북한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방역과 태풍을 비롯한 재해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감염병, 수해 등으로 기념일을 챙길 상황이 아닐 것이라는 일각에서 제기된 분석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난 2018년 이후로 대규모 열병식 하기엔 쉬운 상황은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으며, 올해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은 9·9절 행사를 의미 있게 할 겨를이 없고, 자원을 투입하거나 대규모 행사를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당·정·군 간부들의 헌화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 소식 말고는 정권수립일 행사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고, 태풍피해 복구를 독려하는 소식이 집중적으로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최근 잇달아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환경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당 중심의 내부 결속과 분위기 일신을 도모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피해로 연말까지 경제계획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당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해 경제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통일부 차원에서 위성 등을 활용해 북한 수해 상황 등을 파악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위성촬영은 기상 상황과 촬영 주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과 관련해서는 “자연재해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인도적 협력은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또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일각의 분석과 관련해서는 “유관기관과 협력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신포 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수중 발사 시험용 바지선을 끌어낼 때 사용된 예인선과 유사한 선박이 발견됐다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을 준비 중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