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19 진단능력 미흡…‘격리’만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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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진단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의심환자에 대한 격리조치만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KDI, 즉 한국개발연구원은 28일 최근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한 북한 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상황 관련 토론회 결과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확진자를 판별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이전부터 감기나 독감, 수두, 풍진 등의 전염병에 취약했다며 이 같은 증상과 신형 코로나를 감별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영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도 결과보고서에서 신형 코로나의 경우 진단장비 없이 증상만으로 감기나 독감과 구별하기 어렵다며 환자를 발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신형 코로나를 확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유일한 대처 방법은 의심환자에 대한 격리 뿐이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제대로 된 격리가 이뤄지기 위해선 격리자들에게 식량권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 식량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격리자들이 살기 위해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최정훈 교수는 지난 2006년에서 2007년 북한에 홍역이 유행했을 당시 철도성 위생방역소에 근무하면서 이 같은 사례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 과거 북한의 홍역 유행시기에 전염병 투쟁을 아무리 강하게 벌여도 식량 보장이 안 됐습니다. 식량을 보장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이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가격리는 물론이고 공공장소에 집합시켜서 집단적으로 격리한 인원들에게 식량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영전 교수도 북한에는 검사 도구가 없어 격리자의 신형 코로나 음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식량과 생활조건까지 보장되지 않다 보니 격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신형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한 남북 협력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영전 교수는 남북 협력을 할 경우 사람에 의해 전염되는 신형 코로나가 국경을 넘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이 한국과의 소통에 절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정훈 교수도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물품들에 대한 제재면제 승인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와의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 한국 정부의 지원이 국제사회의 지원보다 빠르긴 하지만 북한 당국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신형 코로나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이 한국에 지원을 요청할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북한이 신형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북 인도적 지원물품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KDI ‘북한경제리뷰’의 ‘북측의 감염병 대응실태와 남북협력’이라는 글에서 북한의 취약한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할 때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형 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이 북한에 유입될 경우 총체적인 공중보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