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예수’ 카폰 신부, 한국 태극무공훈장 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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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전쟁 당시 미 군종장교로 참전해 박애를 실천한 '한국전의 예수' 에밀 카폰 신부가 한국 군 최고 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 육군 군종장교로 참전해 인류애를 몸소 실천하다 서른 다섯의 나이로 중공군이 운영하는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한국전의 예수’ 에밀 카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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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카폰 미 군종 신부

한국 천주교의 서울대교구는 26일 카폰 신부가 오는 27일 한국 청와대에서 열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태극무공훈장을 받을 예정이며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 씨가 대리 수상한다고 전했습니다.

무공훈장은 한국 정부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하에서 전투에 참가해 뚜렷한 무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카폰 신부가 받을 태극은 5개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1등급에 해당합니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대리인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참석합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카폰 신부가 태극무공훈장을 받게 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 땅에서 전쟁 중 목숨을 바친 분들, 한국을 위해 참전한 유엔군 청년들의 고귀한 죽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카폰 신부는 전쟁터에서 인류애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군인 최고 영예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도 받은 바 있습니다.

교황청 시성성은 지난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했으며, 카폰 신부 출신 교구인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교구가 ‘시복(canonization)’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 하와이 국립묘지에 있는 무명용사 유해에서 70여 년만에 신원이 확인된 카폰 신부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낙오된 부상병을 구출했으며, 중공군의 포로가 된 이후에도 포로수용소에서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수감자와 부상병들을 돌보며 삶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은 인물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카폰 신부의 업적과 선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그를 통해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습니다.

허영엽 신부 :포로수용소는 인간성이 말살되는 비참한 곳이잖아요. 그곳에서 자신의 편안함을 마다하고 부상자들과 포로들, 특히 적군과 아군 할 것 없이 사람들을 옆에서 간호하고,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사랑을 실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보훈처는 26일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수여자 환영조찬 행사’를 열고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고 밝혔습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이 자리에서 카폰 신부의 유족과 참전용사 유족들을 만나 당신을 기억한다는 의미의 ‘리멤버 유(REMEMBER YOU)’ 명패를 전달했습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서재덕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