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주민의 새해 첫날 행사 중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되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대한 헌화 증정행사가 단위 간부들과 기업소책임자들에 대한 세배 문화에 밀려나 극히 형식적이고 간소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새해의 첫 행사로 정중하고 엄숙하게 치러지던 김일성,김정일동상 헌화증정 행사가 요즘 들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김부자동상에는 눅거리 조화로 대충 형식만 갖춰 행사를 치르는 반면 단위별 간부들이나 기업소 책임자에 대한 새해인사(세배)를 위해서는 고가의 선물을 준비해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일 "요즘 김부자동상 헌화행사에 비싼 생화를 증정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면서 "영하 20도의 추위에 생화가 얼어버려 볼품없이 변색되는데다 가격이 비싸 대부분 눅거리 조화로 헌화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설날에는 단위별, 조직별 신년사 시청 때문에 아침 9시전에 모든 헌화증정 행사가 마무리 되어야 한다"면서 "날이 밝아지면 어떤 꽃을 들고 나왔는지, 옷차림, 화장은 어떤지 등등 주변의 눈길을 살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둑어둑한 새벽에 조화를 준비해 대충 헌화증정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과거에는 청진시 포항구역의 김일성동상에 새해 설날이면 전부 셀로판지로 잘 포장된 생화가 놓여 있었다"면서 "설대목을 앞두고 산에서 진달래를 꺾어다 방안에 모셔놓고 꽃을 피우던 주민들이 최근에는 값이 눅고 얼지 않는 10위안짜리 조화로 헌화를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요즘에는 동상에 대한 헌화보다 간부들에 대한 세배 선물에 정성을 기울인다"면서 "특히 권력기관이나 소속기관의 간부들 같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대상에는 값비싼 선물을 준비해 새해 인사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간부들에 대한 새해 선물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년초에 각 기관과 단위의 연간 진행될 대상건설이나 사회 지원 대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면서 "사회동원이나 직장 배치 등에서 간부들과의 친분관계에 따라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어 간부들에 대한 선물(뇌물)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설날 아침에는 간부들을 찾아가는 세배 인사가 김부자동상에 대한 헌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행사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단위별 당비서와 지배인에게 바치는 세배선물은 김부자동상에 바치는 헌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가의 선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한 외화벌이업체의 종업원들은 간부들에게 바칠 설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고 지난 연말부터 중국으로 출국하는 무역일꾼들에게 선물구입을 부탁했다"면서 "일부 종업원들은 간부들의 가족 구성원이나 간부의 집안 상황을 파악해 수백 위안에서 수천 위안을 들여가며 의복이나 전자제품, 고가의 약품을 새해 선물로 마련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새벽 같이 동상 헌화증정행사를 서둘러 마친 종업원들은 새해 신년사를 시청하기전에 간부들의 집부터 먼저 찾아다닌다"면서 "비싼 양주나 전자제품, 옷 등 선물을 전달한 뒤 정해진 시간에 기업소에 모여 단체로 신년사를 시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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