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①] ‘북한의 거름전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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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수십년 동안 새해가 되면 '신년전투'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을 거름생산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일명 '거름전투'로 불리우는 퇴비 생산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주민을 동원하고 있지만 북한의 토양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식량 부족사태와 국제사회의 식량 원조 논의는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북한의 거름생산 실태와 그 문제점을 알아보는 기획 기사 '북한의 거름전투, 무엇이 문제인가'를 오늘과 내일 2회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김지은 기자입니다.

김정은 신년사 녹음: "사회주의경제건설의 주타격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증산투쟁을 힘있게 벌려야 합니다"

2019년 1월 1일 북한 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신년사의 한 대목입니다. 김정은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농업은 사회주의경제건설의 주타격전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년사를 관철한다는 전투적인 분위기속에서 북한의 모든 기관, 기업소, 농장, 인민반이 거름생산에 총동원되면서 말 그대로 전투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거름생산전투가 시작된 1월 3일 이른 아침부터 각 도시 중심에는 거름생산을 독려하는 지역 선전대의 북소리, 나팔소리, 노래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각 직장 단위의 팻말을 단 거름차량들이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긴 행렬을 지어 농장포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장음악: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리/ 향도의 당이 펼칠 찬란한 미래로/세대를 이어가며 곧바로 가리라/우린 멈춰 서지 않는다 우린 두려움을 모른다/ 우린 폭풍치며 나간다 사회주의 승리의 길로

올해 북한주민들에게 할당된 거름생산과제는 1인당 하루에 인분 100kg이라고 합니다. 1월에 진행되는 거름전투는 지난 한해동안 준비해 모아둔 거름을 한 달 동안 나눠서 바치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마감 김매기가 끝나는 8월부터 풀베기를 시작해 1월 거름전투에 쓸 풀거름을 생산하는가 하면 가을걷이가 끝나면 산에서 부식토를 모아 퇴수(오수)를 섞어 다음해 거름생산을 준비합니다. 결국 주민들은 1년내내 비료생산과제를 수행해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거름 과제로 바쳐야 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1월 한달 동안 1인당 3톤의 인분을 바쳐야 하는 주민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어디서 3톤의 인분이 나오냐며 중앙의 거름생산과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풀거름이나 부식토에 퇴수침전물을 섞어 발효시킨 거름도 실적에 포함되지만 인분의 3배, 즉 1인당 9톤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정된 거름과제를 완수하기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지 소식통: 인분을 하루에 100kg씩 한달 동안 하거든요. 글쎄 하루에 100kg이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많지. 그러니까 인분이면 100kg이고, 퇴비면 300kg… (그래서) 말이 100kg지 한, 반정도나 하는지... (과제를) 50kg를 해도 되는데 100kg을 내라고 했다가 50kg을 가져오면 그대로 계산해 준대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50kg을 하라면 개인들이 다 하지 않지. 겨우 10kg~20kg밖에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과도하게) 100kg을 과제를 내주면 그래도 50kg정도는 최소한 넘어가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국이 수 십년 전부터 터무니 없는 량의 거름생산과제를 내놓고 이를 조정하지 않는 이유는 주민들이 과제량(할당량)을 줄여주면 그 반도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해 초부터 요란스럽게 진행되는 거름생산(거름전투)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모든 주민들이 중앙의 과도한 거름전투 할당량에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지 소식통은 인분과제가 지나치게 과도해 이를 형식적으로 채우기 위해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분에 다량의 흙을 섞어 얼린 다음 바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현지 소식통: 보니까 흙도 섞고 그래요. 그게 안 섞으면 100kg이 어떻게 나와요? 퇴비를 보면 퇴비인지 흙인지 분간이 안되요. 인분이 어렵죠. 사람마다 다 인분을 해야 하니까.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막상 농토에는 비료성분이 거의 없는 흙이 뿌려지게 된다면서 이런 이유로 북한의 토양은 점점 더 척박해지고 농작물작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거름전투가 시작되면 전국적인 범위에서 인분도둑이 기승을 부린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소식통 : 인민반에도 임무(과제)가 있고, 학교에도 과제가 있으니까 도적질 해오고 그러는 것 같아요. 학생들도 자기들끼리 어디 가서 (인분)을 도둑질 해왔다고 자랑을 하는데. 그러면서… 그 장소를 알려달라고 하면 이제는 없다고... 남이 (인분)모아놓은 걸 도둑질 해오는 것 같아요. 도둑질 할 수밖에 없지. 없는데 거름 임무를 완성하자면...

소식통은 일부 (직장)단위들에서는 거름운반 차량의 기름 구입비와 부족한 거름을 다른곳에서 구입한다며 현금을 낼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분 구입비는 인분 100kg당 중국 인민폐 5위안에서 10위안이상으로 기관별로 차이가 난다며 하지만 그 현금이 실제로 농장의 거름과제에 쓰일 것으로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식량증산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거름생산전투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분 대신 맨 흙으로 대체되고 오염된 폐기물 범벅인 거름이 북한의 농작물 작황 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이처럼 부실하게 모아진 거름이 농장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