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무역일꾼에 태양절 충성자금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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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무역주재원들에게 태양절(4/15∙김일성 생일)기념 충성자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사태로 외화수입이 없는 무역일꾼들은 충성자금 압박에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심양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6일 “며칠 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북조선 무역일꾼으로부터 4.15 태양절 충성자금 압박에 시달리느라 살맛이 안 난다는 하소연을 들었다”면서 “태양절을 계기로 북조선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무역대표들에게 각각 헌납해야 할 충성자금 액수를 정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경봉쇄조치로 중국에 파견된 북조선 무역회사들은 대부분 수입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이고 일부는 사무실 문을 닫고 폐쇄한 곳도 있다”면서 “어떤 무역대표는 생활비도 없어 중국 대방에게 빚을 얻어 살아가는 형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오죽하면 북조선 당국이 해마다 무역대표들에 할당하던 (무역)과제금을 지난 2월부터 잠정적으로 면제해주는 조치를 취했겠느냐”면서 “그런데 북조선 당국이 무역대표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면서도 태양절 충성자금을 강제로 내리 먹인 것을 보면 북조선 지도부의 외화 사정이 매우 급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충성자금으로 1만 달러(6만 5천 위안)를 바쳐야 한다고 한 북조선무역회사의 지사장급 무역일꾼은 무역주재원들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당에서 이처럼 무자비하게 충성자금을 내리 먹이는 경우는 처음 겪는다”면서 “충성자금과제를 4.15전까지 달성하라고 독촉하는 무책임한 당의 처사에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같은 날 중국 단둥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여기에 파견된 북조선 노동자들도 요즘 일감이 없어 외화벌이가 신통치 않다”면서 “그런데 북조선 당국이 이들 노동자들에게 맹비(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회비) 납부총화를 하겠다면서 맹비납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북조선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아무리 저렴한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사태의 지속으로 돈벌이가 없어 자신들의 생활비 마련도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맹비납부를 독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청년들의 맹비는 자신이 벌어들인 임금의 10%로 지정되어 있다”면서 “그런데 요즘처럼 일이 없는데도 파견노동자들은 매월 맹비로 20위안씩 바쳐야 하고 여기에 더해 당원들은 당비로 100위안씩을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조선 당국이 얼마전에 무역 일을 못해 수입이 없는 북조선 무역일꾼들을 배려한다면서 매월 본국에 바쳐야 하는 과제금을 면제해주더니 갑자기 충성자금 납부로 무역대표들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얼마나 요란하게 경축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궁지에 처한 무역대표들을 이처럼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북조선당국의 외화사정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때 중국 내에는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에 이른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었지만 현재는 랴오닝성 단둥 주변으로 2-3천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무역대표들은 약 60명 가량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 중 일부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경우 관광비자를 받아 중국에 입국해 불법으로 일하면서 석달에 한번 씩 북한으로 귀국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