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주재 북한 무역대표 한 명이 지난 2월 중국 단둥에서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광물자원(정광) 수출을 전담하던 이 무역일꾼은 자신에게 할당된 외화과제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27일 “지난 2월 단동에서 북조선 무역일꾼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코로나사태로 인해 중-조 무역이 재개될 가망은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지워진 외화과제를 수행할 길이 없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자살한 북조선 무역일꾼은 북조선의 광물자원인 정광을 중국에 밀수출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던 실력있는 무역일꾼으로, 연간 100만 달러의 과제를 받고 중국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코로나사태가 시작되면서 중-조 국경이 봉쇄되고 정광의 밀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과제금마련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숨진 무역일꾼은 단동과 대련에 사무실을 열고 북조선 희유금속(희귀금속)인 몰리브덴과 세슘(셀늄)정광을 중국에 팔아왔다”면서 “당 39호실 소속의 칠성무역회사에 소속된 그는 공식 무역보다는 밀거래 방식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려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 무역일꾼은 그동안 희유금속 밀수출로 계획된 과제금 달성은 물론 상당액의 충성자금을 때마다 평양으로 보내 당국으로부터 충성심 높은 무역일꾼으로 대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코로나라는 악재로 인해 정광밀수출 길이 막히면서 과제금 수행이 어려워지자 중국 대방들로부터 빚을 내가면서 과제금을 충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대련(다롄)의 한 조선족소식통은 같은 날 “지난달 말, 단동에서 정광밀수출을 전문으로 하던 북조선 무역일꾼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한 때 잘 나가던 북조선 무역일꾼의 자살사건으로 다른 북조선 무역간부들이 크게 위축되어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망한 북조선 무역일꾼은 정광 밀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50대의 남자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연간 100만 달러의 외화과제를 거뜬히 수행하던 유능한 일꾼이었다”면서 “이처럼 유능한 무역일꾼이 과제금 압박감으로 자살에까지 이르자 북조선 당국이 코로나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중국주재 무역일꾼들의 과제금을 면제해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조선 무역일꾼이 자살한지 근 한 달이 되도록 평양당국이 코로나 때문이라면서 시신인수를 거부해 산에다 매장하지도 못하고 결국 증명서류도 없이 화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어쩔 수 없어 화장을 했지만 북조선 공민인 무역일꾼의 시신을 중국 납골당에 안치할 구비서류가 없어 유골함이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면서 “생전에 외화벌이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숱한 충성자금을 바쳤건만 결국 그의 유골은 귀국도 못하고 중국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2일 북한당국이 코로나사태의 장기화로 해외 무역대표들이 외화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자 이달 초부터 중국주재 무역대표들에 할당했던 외화과제를 당분간 해제(면제)했다고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