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2의 고난의 행군 암시하며 주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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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민들에게 인내와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반별로 개최한 주민회의에서 1990년대 경제적 난관 (고난의 행군)보다 더 한 어려움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5일 “오늘 청진시 각 구역에서 인민반 가두여성(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8차당대회 학습토론회가 진행되었다”면서 “그런데 학습토론을 주관하는 강연자가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아직은 봄철 농촌지원시기도 아니고 사회동원사업도 시작되지 않아 여맹의 주관으로 8차당대회보고서 학습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두여성들인데 이들에게 사회자(선전선동부 간부)가 지금의 경제적 난관은 아무 것도 아니며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으니 가두여성들의 심정이 어떠 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사회자는 연단에서 지난 1990년대의 경제적 난관은 아무것도 아니고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으니 잡도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면서 “회의 참석자들은 수십, 수백만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이 아무것도 아니면 앞으로 얼마나 더 굶어 죽어야 하냐며 공포감에 휩싸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당국에서는 해마다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떠들고 인민생활이 활짝 필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차려지는 것은 지독한 굶주림뿐이라며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면서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일부 주민들은 고난 행군이 다시 시작된다면 가만히 앉아서 굶어 죽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뭔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6일 “요즘 각급 사회단체 인민반별로 8차당대회 학습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그동안 당국이 약속해온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8차당대회 결정을 관철하는데 총돌격해야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토론회는 8차당대회 보고서를 무조건 외우고 문답식으로 토론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당대회 학습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은 보고서의 거창한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이 무조건 주민들의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당국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8차당대회 학습토론회를 계기로 요즘 도내 주민들 속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눈앞에 닥쳤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면서 “당국이 겉으로는 당대회에서 결정한 경제발전5개년계획이 완성되면 모든 게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의 경제난국이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