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역회사들에 가발·속눈썹 임가공 수주 말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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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중국 임가공 업체들에 향후 일부 품목의 임가공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이 재개되는 대로 북한에 임가공 제품생산을 주문하기 위해 자재를 확보한 채 대기중이던 중국의 임가공 업체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시의 한 조선족소식통은 20일 “요즘 북조선과 임가공사업 재개를 준비해오던 일부 중국대방들이 난관에 부딪혔다”면서 “북조선 회사들이 앞으로 일부 제품의 임가공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중국 대방들에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초 코로나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북조선 무역회사들이 중국 업체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임가공생산품 주문을 받아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면서 “전국적인 규모의 국가무역업체와 지방정부 소속업체, 개인 공장들까지 나서서 중국회사의 임가공제품 수주경쟁을 벌이던 북조선이 갑자기 향후 일부 품목의 임가공 생산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곧 중-조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재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대방들은 발빠르게 움직여 미리 임가공생산 원자재들을 장만해두었다”면서 “특히 가장 인기 높은 임가공 제품인 가발과 속눈썹 제조업체들은 일년 넘게 밀렸던 임가공제품 생산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원자재를 톤 단위로 구입해 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북조선측에서 앞으로는 가발과 속눈썹의 임가공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면서 “북조선 측이 가발과 속눈썹의 임가공을 거절하는 이유는 북조선 업체들이 가발과 속눈썹 제조 인력으로 한창 공부해야 할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조선에서 임가공은 제조업체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좋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임가공에 뛰어 든다”면서 “특히 가발제조나 속눈썹 가공에는 시력이 좋고 손놀림이 유연한 젊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 어린 초급중학교 학생이나 심지어 소학교 학생들까지 인력으로 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단동시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21일 “요즘 북조선 무역회사들이 중국대방들에게 앞으로 임가공 주문을 받을 때 가발과 속눈썹 가공 일은 수주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중국 가발, 속눈썹 제조 회사들이 곤경에 처했다”면서 “북조선 대방 회사들은 이 같은 조치가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북조선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식구는 모두 나서서 일을해야 입에 풀칠하며 살아갈 수 있는 형편”이라면서 “나이 많은 어른들은 눈이 침침해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가발제조와 속눈썹 가공 일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비해 어린 학생들과 청소년들은 가발 한 개만 만들어내도 열흘 분 이상의 식량을 살 수 있는 노임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어린 학생과 청소년들이 이 일에 동원되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인데, 정부차원의 지원방안 없이 일방적으로 금지하면 이들 가정뿐 아니라 이 일을 해 온 다른 주민들의 생계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 당국이 가발과 속눈썹 가공일에 어린 학생들을 고용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무역이 재개되더라도 중국업체로부터 가발, 속눈썹 가공품을 주문받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다른 일보다 돈벌이가 좋은 가발 임가공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코로나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되면 북조선 회사들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가발과 속눈썹 가공일을 수주하려 분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조선의 임가공수출에서 가장 이득이 잘 나고 작업이 간단한 품목은 단연 가발과 속눈썹 가공을 들 수 있다”면서 “가발재료는 20KG 한 박스에 중국돈 7,000위안이지만 완성품은 3만 위안이 넘는 이득이 있어 북조선 임가공 업체입장에서는 절대 포기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업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