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시민에 TV 보유대수 신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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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평양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세대별 TV보유 대수를 신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한국의 텔레비죤 방송을 보는 시민이 늘고 있어 사법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2일 “요즘 평양시 주민세대들에 보유하고 있는 텔레비죤을 모두 당국에 신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사법기관과 주민들 사이에 텔레비죤을 숨기고 이를 찾아내려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당국에 공식 등록된 채널이 고정된 텔레비죤 외에 한국TV 채널의 시청이 가능한 텔레비죤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시에서도 락랑구역과 만경대구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한국 텔레비죤의 신호가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런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집에 텔레비죤을 2~3대씩 보유하면서 검열용과 남한방송 시청용으로 구분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양의 일부 주민세대들이 텔레비죤을 여러 대씩 보유한 채 남한 텔레비죤의 전파를 증폭시켜 집에서 몰래 남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고 파악한 사법당국이 주민이 보유하고 있는 텔레비죤 대수를 자진신고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텔레비죤을 1대만 등록하고 나머지는 숨기고 있어 앞으로 사법당국과 평양 시민간에 치열한 숨바꼭질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부 평양시민들은 구역안전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국채널을 보는 텔레비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춰 놓고 있다”면서 “장식장이나 옷장, 벽장처럼 위장해 그 속에 텔레비죤을 감춰놓고 있어 웬만해서는 안전원들이 찾아내기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한 번 남한 방송에 맛을 들인 시민들의 열망은 막기 힘들 것”이라면서 “텔레비죤을 1~2대 더 보유할 여력이 있는 주민이라면 간부집이거나 돈 많은 부자들인데 이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간부소식통은 23일 “요즘 평양시에 매 가정에 보유한 텔레비죤의 대수를 신고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평양시에서 한국텔레비죤을 시청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사법당국이 대책에 나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평양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는 한국방송을 시청한 소감을 나누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한국텔레비죤을 보는 시간만큼은 남한주민들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풍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현실의 답답함을 잠시 잊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평양시내 여러 지역에서 한국텔레비죤 신호가 잡히기 시작해 시민들이 텔레비죤을 한 두대 더 갖는 것이 소원이 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텔레비죤을 추가로 구입하는 세대들이 늘어나자 안전부에서 각 인민반들에 주민세대의 텔레비죤 보유 대수를 정확하게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법당국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텔레비죤 대수를 정확하게 신고하라고 강조하면서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면 출당, 철직, 추방 등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힘있는 간부나 돈 많은 주민들이 텔레비죤을 여러 대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단속한다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 내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북한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평양 외곽이나 주변 도시에서도 한국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평양 중심지의 경우 방해 전파가 심해 한국 방송 수신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평양 변두리의 경우 한국 TV 방송 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남포에서도 한국 TV 수신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상당수 탈북민들도 북한 내에서 한국 TV 방송을 수신해 시청할 수 있다고 증언합니다. 특히 해안가나 남북 국경 인접 지역 주민들의 경우, 한국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사례가 많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등 외부로부터 들여온 TV나 별도의 수신(증폭)기 등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 주민들의 경우에는 중국 TV 방송 전파를 통해 중국방송이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기도 합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지난 2015년 한국 통일부 산하의 통일교육원이 펴낸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 그 의미와 영향'이라는 책자를 통해 한국과 가까운 접경지역, 동해안 근처 일부 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소책자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해당 지역 보안서에 등록한 TV외에 한국 방송을 보기 위해 별도의 TV를 구비해 놓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책을 통해 "북한에서 주로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시간대는 저녁 9시 이후가 많다"며 "TV시청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모포로 창문을 가리고 시청한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