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역회사 외화벌이에 농촌인력 유출

평안남도 강서군 석흥협동농장에서 북한군인들이 농민들을 도와 모내기를 하고 있다.
평안남도 강서군 석흥협동농장에서 북한군인들이 농민들을 도와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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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무역회사들의 외화벌이를 위해 농촌인력을 빼가는 바람에 농사에 지장이 많다는 소식입니다. 한창 농번기인데 농민들이 외화벌이에 종사하느라 올 가을 국가식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우려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초부터 ‘농업전선은 원수들의 발악적 책동으로부터 조국과 인민을 지켜나가는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이며 자력갱생 대진군의 진격로를 열어제끼는 승리의 돌파구라며 모든 힘을 농사에 총집중, 총동원할 것’을 호소해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농번기에 농촌 인력을 빼가는 등 정 반대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5일 “요즘 혜산시에 있는 ‘조선수양산무역회사’가 진행하는 외화벌이사업에 농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당장 먹을 식량이 아쉬운 농장원들이 경쟁적으로 외화벌이 회사에 고용되어 석지(방수포)생산에 참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수양산회사는 원래 우리나라의 수산물과 농업 토산물, 아연정광, 티탄, 바다모래 등 다양한 품목을 중국에 수출해 외화벌이를 해온 무역업체”라면서 “하지만 올해 2월부터 중국측 대방이 주문한 석지를 생산해 수출하는 외화벌이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조선수양산회사가 수출하는 ‘석지’는 건축물의 지붕이나 목조건물의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덮어주는 포장재”라면서 “석지생산에 필요한 재료는 중국산 종이, 석고, 폐유 등인데 이를 비례에 맞춰 혼합해 종이에 발라 건조시켜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석지 한 장의 크기는 1평방미터로, 두께는 0.5밀리미터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얇은 종이에 반복적으로 덧칠하는 작업이지만 석지 10kg당 인민폐 12위안씩 받을 수 있어 농민들은 농사일은 뒷전이고 앞다퉈 석지생산에 뛰어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한해 중 가장 식량난이 심한 요즘 ‘조선수양산회사’의 석지수출이 농민들의 생계를 이끌고 있다”면서 “당장 코밑(입) 건사(먹고 사는 일)가 우선인 농민들이 무역회사의 외화벌이 작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4일 “요즘 무역업체가 제공하는 외화벌이 과제로 농촌마을 사람들이 전부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에 수출할 ‘석지’를 만들기 위해 농장원들이 산에 들어가 석지생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용두산 샘물’회사와 다른 여러 무역회사들이 중국에 수출할 석지 생산에 몰두하면서 농민들도 농사일이 아닌 석지생산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석지를 만들면 바로 돈을 받아 식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가을 수확 걱정을 뒤로 미룬 채 당장 돈이 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