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전화 허가 요건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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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는 일부 무역부문 종사자와 화교들에 한해 허가를 받은 후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국제전화 사용 허가조건을 대폭 강화해 북한 내 화교들의 국제전화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요즘 평양에서 중국 등 외국으로 국제통화를 하려면 반드시 당국이 정한 통신지침에 따라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당국이 발행한 통신확인서가 없으면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화교들의 경우, 중국 여권만 가지고 있어도 ‘국제통신센터’와 평양시 호텔들에 비치된 국제전화로 언제든지 중국과 통화할 수 있었다”면서 “전화통화비용만 지불하면 중국의 친인척과 통화를 할 수 있었던 화교들은 올해부터 해당 거주지역 보위부로부터 국제전화이용 확인증을 받아야 통화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전에도 화교들이 중국과 통화할 경우 보위부의 감청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사전에 국제전화 확인증을 발급받는 등 번거로운 절차는 필요치 않았다”면서 “주로 평양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코로나사태 이후 생활비에 쪼들리고 있는 형편에서 중국에 있는 가족 친지로부터 도움을 받으려면 국제전화로 요청을 해야 하는데 국제전화확인증 발급을 위한 뇌물을 줄 돈이 없어 통화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화교들은 거주지역의 동사무소와 해당 분주소(안전부 산하), 지역보위부를 두루 거쳐가며 국제통화허가를 받은 국제전화확인증 외에 국제전화카드를 따로 구입해야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국제전화요금은 1분당 10달러(최근 7달러에서 10달러로 인상)로 매우 비싼데 10분짜리 국제전화카드를 100달러에 미리 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국제전화를 허가한 확인증을 받고 전화카드를 모두 갖추고 있어도 화교들은 통화 중에 내부 상황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당국의 요구조건을 지켜야 한다”면서 “식량문제나 시장 물가 등 내부 경제상황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통화 도중에 쌀, 장마당과 같은 특정 낱말을 사용하면 가차 없이 통화가 끊어져 버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화교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청진시 화교들은 국제전화 이용에 관한 복잡한 절차 때문에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로 안부도 물을 수 없는 형편”이라면서 “당국에서 국제전화 통신에 관한 규정을 한층 까다롭게 하면서 중국의 가족 친지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포항구역에 살고있는 한 화교는 2019년 말 음력설(구정)을 쇠러 중국에 간 남편이 아직도 귀국하지 않고 있는데 소식을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식량도 다 떨어져 중국에 있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국제전화 통신비와 확인증발급 때문에 전화 연락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에 국제전화를 하려면 도체신국에 외국인신분증(여권)과 해당 지역 안전부와 보위부, 동사무소에서 발급한 국제전화확인증을 제출해야 가능하다”면서 “국제전화확인증을 발급 받으려면 상당한 액수의 뇌물을 고여야 하고 국제전화비도 1분당 10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전화를 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쩌다 전화통화가 가능하게 되어도 요즘 식량가격이 비싸고 생필품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라도 하면 전화가 자동으로 끊어져 버린다”면서 “화교들은 국경봉쇄로 식량조차 구할 길이 없어 중국의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물가가 비싸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전화를 차단하는 당국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