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 무역회사들이 북한으로부터 주문 받은 무역화물이 장기간 창고에 적체되어 녹이 쓸고 변형이 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북한에 보내지 못한 화학약품과 철제품들이 장마철을 맞아 창고에서 녹쓸거나 변질되어 못쓰게 되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3일 “요즘 장마철을 맞아 단동 일대의 물류창고에 쌓아둔 북조선 자재 때문에 중국 대방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지난 2019년에 북조선이 주문한 각종 자재들이 코로나사태로 하여 세관이 닫히는 바람에 지금까지 창고에 쌓여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에서 주문이 많은 자재와 설비를 중국 회사로부터 외상으로 확보한 중국 대방들은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고 해당 무역회사의 주문에 맞춰 세관을 거쳐 북조선에 수출해왔다”면서 “작년 초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중국 무역회사들은 물건 외상값과 창고 보관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북조선과의 무역재개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무역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문만 돌 뿐 세관을 통한 공식무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물류창고 월 임대료는 창고 1개당 500위안에서 1천위안으로 크기에 따라 다양하다”면서 “국경지역에 있는 창고들은 대부분 1개당 임대료가 월 800위안인데 이는 30톤 짜리 화물차 3대분의 물량을 보관할 수 있는 크기의 창고”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요즘 장마가 시작되면서 창고에 습기가 차 철제 자재들이 녹이 쓸고 의약품과 화공약품은 변질되기 시작했다”면서 “이에 중국대방들은 현지 일공들을 고용하여 녹이 쓴 철제 자재를 습기방지 장치가 있는 다른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대부분의 철제품과 강재는 1년 반이 넘도록 창고에 쌓여 있으면서 바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녹이 심하게 슬었다”면서 “하지만 중국 회사에서 외상으로 가져온 자재라 되물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북조선에 수출할 수도 없어 다달이 창고 월세를 부담하며 그냥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단둥시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단동에는 북조선에 들여보낼 물품을 보관하는 물류창고 사용료 문제로 시끄럽다”면서 “한 중국인 대방은 북조선으로 보낼 화공약품과 의약품을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수출날짜가 기약없이 미뤄지자 하루아침에 종적을 감춰버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한때 단동에서 북조선에 의약품과 화공약품을 수출해 돈을 많이 벌었던 이 대방이 창고월세도 갚지 못하게 되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라면서 “의약품이나 화학약품 등은 장마철 습기에 쉽게 변질되면서 쓸모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야밤에 도주한 대방은 어떻게 하나 3개의 창고에 보관한 의약품과 화학약품 물량을 모두 지키려고 노력했다”면서 “지인들로부터 돈을 꾸어서 창고 월세를 내고 약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일공을 고용해 바닥과 위의 물량을 바꿔놓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중-조 무역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더 버티지 못하고 창고에서 건질 수 있는 일부 의약품을 가지고 사라졌다”면서 “다른 무역대방들중에는 보관창고 월세를 내려고 일공 노동판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조선과의 무역에 주로 종사하던 단동과 동강일대의 중국대방들은 요즘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면서 “무역중단이 1년 7개월을 넘기자 외상으로 구입한 물건의 대금 상환에다 이를 보관하는 창고 월세 부담으로 한 때 잘 나가던 무역대방들이 하나 둘씩 파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