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의 선대 수령인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한 소위 항일 빨치산 투사의 손자가 북한을 떠나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숙청정치와 생계난이라는 악재가 겹쳐 북한에서 손꼽히는 항일투사의 후손마저 중국으로 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얼마전 덕천시에서 한 항일투사의 손자가 중국인으로 귀화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중국인이었던 그의 할아버지는 해방 전 김일성과 함께 항일빨치산 활동을 해 영웅대우를 받던 사람”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빨치산 투사로 조선에 귀화한 이 주민의 할아버지는 원래 중국 조선족출신으로 생전에 김일성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국가보위상까지 지낸 인물로 알려져있다”면서 “하지만 김일성 사망 후 고위층 간의 권력암투에서 밀려 숙청되면서 덕천시로 추방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덕천시의 한 협동농장에 농장원으로 추방된 이들 항일투사 가족들은 온갖 수모와 차별속에서 힘겹게 살아왔다”면서 “항일투사가 사망한 후 그의 손자는 해당 농장에서 배추 몇 포기를 훔쳐 먹은 것이 문제가 되어 교화소 징역 2년형에 처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감옥에서 출소한 항일투사의 손자는 자신의 이력 서류에도 없던 중국의 친척을 찾아 나섰다”면서 “중국 화교들을 찾아다니며 할아버지의 고향에 살고있는 중국 국적의 친인척을 찾아낸 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노력 끝에 중국인으로 귀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항일투사의 손자는 중국인으로 국적을 바꿔 귀화한 후 중국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갔다”면서 “그는 운이 좋게도 조선에서 올해 처음실시한 화교 귀국명단에 포함되어 지난 14일 다른 90여명의 화교와 함께 버스편으로 중국 단동으로 건너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1일 “요즘 들어 청진시에서는 중국에 친인척이 있거나 연고가 있는 주민들 속에서 중국인으로 귀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희미하게나마 중국에 연고가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관련 증거 서류를 만들어 중국인으로 귀화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주민은 중국인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과거 김일성 항일 빨치산 부대를 도와 항일투쟁을 한 인연으로 1960년대에 조선인으로 귀화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중국 국적을 회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면서 “항일투사 가족으로 좋은 대우를 받던 그의 가족은 해당 지역의 보위원과 마찰을 빚다가 산골오지에 보위부추방을 당하자 다시 중국인으로 귀화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찾아내 귀화신청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버지 때부터 항일투사의 자녀로 자부심과 특별대우를 받으며 살아오던 그는 날로 심해져가는 당국의 횡포와 간부들의 부정부패에 완전히 질려버렸다”면서 “게다가 경제정책 실패로 생계마저 점점 어려워지자 중국에 있는 친인척을 찾아내 해당서류를 작성하여 마침내 중국인으로 귀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한 때 항일투사 직계가족으로 당국으로 부터 환대를 받던 주민들이 중국인으로 귀화해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자 다른 주민들은 중국에 연고가 있는 주민들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우리 조상도 중국인이었다면 나도 귀화할 수 있을 텐데 조상을 잘못 만나 신분탈피도 못하는 신세’라며 한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