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육성] “태풍 홍수로 돼지 둥둥 떠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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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곡창지대가 제8호 태풍에 이어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태풍피해 소식을 신속하게 알리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복구를 독려하고 있지만 당국차원의 뚜렷한 대책이나 지원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어 소식통은 외부지원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4일 “요즘 들어 당국이 이례적으로 태풍피해소식을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알려주면서 피해복구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피해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떤 복구대책을 세울 수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이 선전수단을 동원해 대책을 세울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민 녹음: 태풍피해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TV로) 못 들었어요. 조선사람들 중앙(TV)통로 보는 사람 어디에 있어요. 전기도 없는데 어디 가서 텔레비를 본다고 그래요. 또 (TV에서) 솔직하게 나와서 말하는 것도 없으니까. 에휴... 태풍만 휩쓸면 다 쓰러져 가는 집들에 뭐가 남아 있겠어요. 그러게 내년에는 조선이 굶어 죽는다는데. 굶어 죽어요, 다...

소식통은 “일부에서는 자연재해를 막을 특별한 대책이 없는데다 장마 폭우에 태풍, 코로나까지 겹쳐 내년에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번 태풍으로 인한 주민피해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 녹음: 무슨 대책이 있어요. 이건 대책이 없지, 바람을 막아요? 어떻게 해요. 못 막지 태풍은. 올해는 태풍에, 폭우에, 코로나에 사람을 다 죽인다는데. 비 세게 왔는데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으니까 빗물이 골짜기로 내려온 게 그저 산탁에 진흙물이 도로를 메워가지고 막 바다 같단 말이예요. 돼지가 떠내려 오고 별게별게 다 떠내려오고...

소식통은 또 “폭우만 오면 아무것도 건질게 없다”면서 “황해도 곡창지대의 피해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에는 굶어죽는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민 녹음 : 조선에는 그저 폭우만 오면 건질게 없단 말입니다. 이번에 다 황해도쪽에, 강원도쪽에 피해를 봤단 말입니다. (곡창지대)그러니까, 내년에 굶어죽는다는 말이 나온단 말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태풍피해 소식을 신문과 방송차를 동원해 요란하게 선전하는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막을 수도 없었던 태풍피해에 대해 요란하게 떠드는 이유는 외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녹음 : 그것(대북지원)이지 뭐 결국은, 별게 있어요? 다른 것은 다 숨기면서 왜 그런 것은 내보낸대요? 지원받자고 그러죠. 지원받을까 해서 그러지 뭐. 없어요. 어지간히 인가가 많은데는 나무가 하나도 없어요. 다 밭을 만들고 가파르고 돌이 많은 데는 번번한 맨 산(민둥산)이지 뭐. 도배(외부지원)받자고 그러지 뭐. 지금 기차게 어려우니까 도배받자고. 그래서 (태풍소식 신속하게) 그러는 거겠지. (태풍을) 못 막아요. 어떻게 막아요. 도배받자고 그러지요. 힘드니까.

소식통은 그러면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볼 때마다 유엔에서 식량을 지원해도 일반 주민들은 구경도 할 수 없다”면서 “올해에 황해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곡창지대가 큰물피해를 보는 와중에도 주민들은 검열 때문에 우선 김부자 초상화부터 보위해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주민 녹음: 유엔에서 지원해줘도 하바닥(서민) 백성들은 구경도 못하는 데 무슨, 구경도 못해요. 해마다 곡창지대 황해도쪽에 강원도쪽에 피해를 봐요. 산에 뭐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적은 비가, 중간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피해를 보고. 방비대책이라는 게 없으니까 해마다 그렇게 피해를 봐요. 도랑물이 막 내려와서 넘어나서 큰 길 도로에 막 자갈이고 뭐고 막 깔려서 (그래도) 조선사람들은 초상화를 안고 있지 뭐. 이름 없는 영웅들인데. 비상시에 초상화 안의 것을 뽑아서 둘둘 말아서 건사하게 하고, 검열을 해요. 준비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데 어떻게 해요. 인민반에서 막 난시(난리)치는데

소식통은 또 “당국이 태풍이나 자연재해 피해복구에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동원하고 있다”면서 “생활총화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돈이 있는 주민들은 동원에 참가하지 않고 편하게 빠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주민 녹음 : 태풍피해(복구) 동원, 모두 인민반에서 내리먹이고 여맹에서 내리먹이고 막 형편도 없어요. 조선백성이 정말 불쌍하지. 매일 인민반에서 돈을 걷어서 한 개 촌에 몇 명씩 동원 나가고 거기로(피해복구) 맨날 하는 것도, 일주일에 한번씩 생활총화까지 지겨워 죽을지경... (동원) 안 참가하면 돈을 내라고 하고. 돈을 내면 여맹생활을 안 시키는 그런 게 있어요. 돈 좀 있고 이런 사람들은 편안하지 뭐.

한편,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태풍피해 상황은 지난주 태풍 '바비'로 인한 북한의 주요 쌀생산지인 황해도 일대 농경지 침수와,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강원도 및 함경도 일대 도심지 침수와 주택, 즉 살림집 파손 등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는 4일, 개성시 내 100여채, 그리고 황해북도 은파군 내 130여채의 살림집 복구 및 개보수를 위해 군병력 등을 대거 투입했으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