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채소 품귀로 김장 엄두 못 내

양강도의 한 농장에 주민들이 남새를 구하기 위해 몰려있다.
양강도의 한 농장에 주민들이 남새를 구하기 위해 몰려있다. (RFA PHOTO/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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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지금 한창 김장철이지만 남새(채소) 부족으로 많은 주민들이 김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연이은 큰물과 태풍피해로 배추와 무가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일 “요즘 김장철을 맞아 주민들이 김장거리를 마련하느라 농장으로, 장마당으로 분주하게 다니면서 떨어진 배추이삭이라도 더 건지려고 있는 힘을 다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태풍과 큰물피해로 남새농사가 잘 안되면서 김장거리가 귀하고 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도로에서 보면 김장 배추와 무를 싣고 달리는 화물차가 자주 눈에 띠는데 이는 대부분 군부대 김장용이거나 국가의 주요 지도기관에 공급하는 것들”이라면서 “소규모 공장에 소속되었거나 돈도 힘도 없는 일반주민들은 자체로 장마당에서 구입해서 김장을 담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청진시 각 구역의 장마당들에서 김장용 배추와 무는 평균 1kg당 각각 500원, 4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웬만한 배추 한 포기가 보통 2kg 이상 나가기 때문에 배추 한 포기가 1천원이 넘어서면서 일반주민들의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위안화 대비 북한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지난해보다 배추나 무 가격이 약 25% 가량 올랐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입쌀 가격이 1kg 당 북한돈 4500원 정도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채소 가격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김장 김치를 담을 때 대부분 배추 수십 포기 혹은 수백 포기도 필요하기 때문에 배추 한 포기에 1천원이란 가격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김장거리를 구할 수 없게 된 주민 세대들에서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가을남새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군부대와 도당위원회, 도인민위원회, 도농촌경영위원회 등 힘있는 국가기관에 김장용 남새가 우선 공급되면서 일반 주민들의 김장거리가 크게 부족해 주민 불만이 높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앙에서는 원칙적으로 각 공장 기업소에서 김장용 배추와 무를 자체로 심어서 해결하도록 지시했었다”면서 “하지만 원료와 자금부족으로 가동을 못하는 공장 종업원들은 자체적으로 장사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밭에 나가 배추와 무를 가꾸는 일은 불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일 “요즘 농장밭에 가보면 배추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면서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를 구하려는 주민들이 배추와 무를 심은 남새농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내의 모범남새협동농장에서 제일 좋은 포전은 당연히 군부대가 가져갈 몫이고 이밖에도 권력 기관에 공급하는 남새를 제외하면 일반주민에게 해당 되는 남새가 남아있지 않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농장 간부에 사정해 가을하고 남은 배추 이삭이나 무(청)시래기라도 건지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해마다 가장 중요한 겨울식량인 김장철이 되면 주민들의 가을남새 구하기전쟁이 벌어진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자연재해로 남새농사가 잘 안 되어 많은 주민들이 김장을 포기한 채 가을이 끝난 남새밭에서 배추나 무시래기를 줍는 현상이 늘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