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북 근로자 이탈현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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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들 중 작업장을 이탈해 탈북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년 동안 파견 근로자로 일했지만 모은 돈도 없는데다 빈손으로 귀국할 처지에 놓이면서 차라리 탈북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5일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모처에 수십 명의 탈북 근로자들이 숨어지내고 있다”면서 “이 곳 말고도 일터(작업장)를 이탈한 북한 파견 근로자들이 숨어사는 은신처가 러시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근로자들의 이탈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주로 서너 명이 모여 살고 있지만 어떤 곳은 10여명이 숨어 지내는 곳도 있고 모스크바 교외지역에만 80명에서 100여명이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 근로자들이 소속 회사 작업장을 이탈하는 이유는 돈문제 때문”이라며 “처음 파견나올 때 지정 받은 과제금도 과도한데 원산갈마해양지구건설, 삼지연군건설, 등을 이유로 각종 지원금까지 추가로 부담해 근로자 개인에 돌아가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업장을 이탈해 탈북의 길을 택한 근로자들 중 일부는 모스크바 유엔난민 사무소에 난민신청을 했고 그들 중 몇 명은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면서 “하지만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해서 러시아에 무기한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이나 제 3국 등 안전지대로 떠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아직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사실상 언제 체포되어 송환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면서 “북한 근로자들의 이러한 처지를 악용한 일부 현지인들이 은신처와 식사제공을 미끼로 무보수 노동을 시키고 있어 또 다른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또 다른 소식통은 6일 “블라디보스톡과 주변지역에도 숨어 사는 북한이탈 근로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면서 “이들은 북한당국의 귀국조치에 따르지 않고 귀국을 거부한 채 소속회사를 이탈해 숨어사는 사람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들 근로자들이 북한을 이탈하는 이유는 과도한 당자금 징수와 간부들의 악착스러운 갈취 행위 때문”이라면서 “해외파견 근로로 목돈을 마련해 보자고 빚을 내가며 뇌물을 고여 러시아에 나왔으나 정작 모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처지가 되자 탈출을 결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자금을 바치는 것뿐이라면 견딜 수 있지만 간부들의 근로자 갈취 행위는 강도보다 더 하다”면서 “단체 숙소의 숙식비와 전기세, 물세 등 관리비 외에도 온갖 명목으로 근로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있어 러시아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해도 개인 근로자 손에 남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